항공사에 마일리지가 있다면, 호텔에는 멤버십 프로그램이 있다. 흔히 호텔을 ‘여행 가서 잠만 자는 곳’이라 여긴다. 하지만 ‘호텔 좀 이용해 봤다’는 이들은 객실은 물론 레스토랑과 제휴 시설에서 호텔 멤버십으로 빼놓지 않고 혜택을 챙긴다.

유료 멤버십 같은 경우 연간 가입비가 최소 수십만원 수준이다. 다만 호텔 측에 유료 멤버십은 돈벌이 수단보다 충성 회원을 확보하는 프로모션에 가깝다. 이 때문에 가입비보다 금전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챙기는 멤버십 회원도 적지 않다.

조선호텔앤리조트 클럽 조선 멤버십.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 무료 숙박부터 레스토랑 할인까지 멤버십 프로그램 강화

22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롯데·신라·조선을 포함한 국내 주요 특급호텔들은 일제히 멤버십 프로그램을 정비했다.

먼저 불씨를 지핀 곳은 조선호텔앤리조트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지난 3월 통합 유료 멤버십 ‘클럽 조선 VIP’를 손봤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프리미어 멤버십 가입비는 40만원, 골드 멤버십 가입비는 75만원이다. 개편 이후 조선호텔앤리조트는 무료 숙박 혜택을 주지 않았던 프리미어·골드 등급 회원에게 무료 숙박권 1매를 제공하고 있다. 보통 특급호텔 객실 숙박권은 40만~50만원 상당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또 연회비 120만원인 상위 플래티넘 등급에 주어지는 객실은 조식 또는 라운지 혜택을 포함한 프리미엄 객실로 바꿨다. 최상위 등급 블랙 회원에게는 연달아 숙박이 가능한 스위트룸 숙박권 2매가 주어진다. 블랙 회원 연회비는 260만원이다. 숙박권 외에도 80만원 금액 할인권과 레스토랑 와인 콜키지(주류 반입비) 무료 이용권 4매, 발레 파킹 이용권 12매 등을 제공한다.

신라호텔은 지난 6월 유료 멤버십을 ‘신라에스’라는 이름으로 통합 개편했다. 등급은 간소하다. 연회비 75만원 브라운과 500만원 블랙 두 종류다.

신라호텔은 브라운 등급 멤버십에도 기본 제공 바우처로 객실 1박 숙박권 또는 레스토랑 40만포인트 이용권을 준다. 여기에 추가로 레스토랑 20만포인트 이용권을 제공한다. 연회비 75만원을 내면 산술적으로 최소 60만원 혜택은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블랙은 연회비가 높은 레스토랑 우선 예약 혜택과 연간 무제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신라호텔은 미쉐린가이드 서울편 3스타였던 한식당 라연과 모리타 마쓰미 셰프를 앞세운 일식집 아리아께, 중식당 팔선, 양식당 콘티넨탈 같은 주요 식당을 운영한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기존 무료 멤버십을 ‘롯데호텔 리워즈’로 새로 꾸몄다. 리워즈에 가입하면 롯데뮤지엄 전시 할인 같은 문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이와 별도로 서울 등지와 부산에서 각각 ‘트레비클럽’이라는 유료 멤버십을 운영한다.

그 밖에도 소노호텔앤리조트가 8월 VIP 멤버십 ‘노블리안 블랙’을, 아난티가 9월 ‘아난티 림 클럽’ 멤버십을 선보였다. 이들 멤버십은 호텔·레스토랑 할인권과 무료 숙박권 등을 공통 혜택으로 제시한다.

신라호텔 전경. /호텔신라 제공

◇ 특급호텔, 온라인 예약 플랫폼 의존도 낮아

팬데믹 기간 국내 특급 호텔은 내국인 손님 유치에 힘썼다. 외국인 손님이 나간 자리를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기는 내국인 손님이 메우면서 주요 호텔들은 공실률을 낮출 수 있었다.

다만 트립닷컴, 아고다, 야놀자 같은 온라인 예약 대행 플랫폼(OTA)이 호텔업계 주요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호텔업계에서는 수수료 부담이 커졌다. 호텔업계에서는 보통 결제금액 중 15~30% 수수료를 OTA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멤버십 체계가 잘 잡혀 있는 특급호텔은 OTA 의존도가 낮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업력이 긴 브랜드일수록 OTA 대신 호텔 공식 웹사이트에서 바로 예약하는 ‘충성 회원’ 비중이 높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낸 ‘외국계 OTA와 관광숙박업체 거래구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 2020년 국내 전체 숙박 예약 가운데 OTA를 통한 예약 비중은 약 3분의 2에 가까운 62.5%로 조사됐다. 그러나 4~5성급 호텔 이용자 가운데 OTA 이용 예약 비율은 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8%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특급호텔에 대한 일반 소비자 인식이 바뀌면서 멤버십 가입자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관광재단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명절 후 호캉스 혹은 뷔페나 망고빙수처럼 호텔에서 제공하는 숙박 서비스와 여러 부대시설을 즐기는 수요가 늘었다”며 “호텔은 소비자 인식이나 평가에 민감하고 다른 산업 카테고리보다 재구매 비율이 높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멤버십 가입자 정보를 활용할 효용성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