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초콜릿이 지나간 자리를 스웨덴 캔디가 차지하려는 모양새다.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에 다시 불이 붙고, 이국적인 제3세계 문화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유통업계도 모로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스웨덴처럼 이전에 주목하지 않았던 국가에서 즐기는 먹을거리에 주목하고 있다. 신선한 제품을 들여와 색다른 맛에 목마른 소비자 요구에 맞추려는 시도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튜브나 틱톡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최근 ‘스웨덴 캔디’ 관련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스웨덴 캔디는 마시멜로나 껌을 연상시킬 정도로 쫀득하고 질긴 먹을거리다. 이름은 사탕을 뜻하는 캔디지만, 캐러멜과 사탕의 중간 형태에 가깝다. 일부 소비자는 스웨디시(Swedish) 젤리라고 부른다.
이 제품은 다른 디저트에 비해 비싼 편이다. 250~500g 소량 포장한 제품 가격이 국내 판매가 기준 5만~8만원을 웃돈다. 그나마 아직 정식으로 수입하는 곳이 없어 해외직구까지 해야 한다. SNS에서는 어떤 브랜드 제품이 더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지 추천하거나 직접 재료를 구해 비슷한 맛과 식감을 구현하는 제조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 빠르게 변하는 한국 디저트 시장
GS리테일(007070) 편의점 프랜차이즈 GS25는 스웨덴 캔디에 대한 관심이 연일 높아지자, 이달 중 이 제품을 한정 수량 판매하기로 했다. CU는 스웨덴 캔디를 대신할 만한 저렴한 제품으로 꼽히는 독일 캇예스 브랜드 젤리를 들여놨다.
이관배 GS리테일 가공식품팀 MD는 “다른 사람이 구매한 제품을 따라 사는 소비 행태에 따라 SNS에서 인기를 얻은 상품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추세”라며 “단순한 추종 상품에서 벗어나, ‘플러스알파’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디저트 시장에서는 생소한 외국 먹을거리가 반짝인기를 얻다 곧 시들해지고, 다시 새로운 제품이 유행을 타는 현상이 거듭 나타나고 있다. 작년 중국 간식 탕후루에서 시작해, 올해 여름에는 중동 두바이 초콜릿이 인기를 끌었다. 이제 그 자리는 다시 스웨덴 캔디가 물려받았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외국 먹을거리가 국내에서 유행을 타기 시작한 시점을 2010년대 초중반으로 지목했다. 당시 국내에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SNS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전국 맛집과 먹을거리 정보를 시시각각 공유하는 수요도 늘었다. 특히 SNS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2013년 국내에 일본 규슈 지방에서 팔던 벌집 아이스크림이 등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벌집 성분 가운데 일부가 양초 주성분에 해당하는 파라핀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그 영향으로 벌집 아이스크림은 유행한 지 1년도 안 돼 자취를 감췄다. 2014년에는 스페인 간식 추로스가 대학가 상권을 중심으로 퍼졌다.
2016년에는 대만에서 대왕 카스테라가 상륙했다. 대왕 카스테라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과 압도적인 크기를 앞세워 순식간에 국내 먹을거리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관심은 또 1년을 넘기지 못했다. 이 제품은 제조 과정에서 버터 대신 식용유를 사용한 점이 드러나면서 ‘식용유 범벅 카스테라’라는 오명을 썼다.
2018년에는 중화권에서 유행하는 흑당 버블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화권 현지 브랜드뿐 아니라 국내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도 앞다퉈 흑당 버블티로 메뉴를 채웠다. 이 또한 버블티 한 컵 칼로리가 밥 한 공기 수준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열기가 식었다.
이어 2019년에는 여러 나라에서 수입한 과일로 만든 저가 생과일주스 붐이 일었다. 생과일주스 전문 브랜드 쥬씨 한 곳에서 한 해 동안 딸기·바나나 주스만 5000만 잔 넘게 팔렸다. 다만 과도한 당분 함량 등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가맹점 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먹을거리 중에서 디저트는 기본적으로 단맛을 기본으로 해 새로운 맛을 접목하기 쉽고, 거부감이 덜하다”며 “쌀밥 중심 반상 문화인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디저트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에 다양한 외국 먹을거리가 차례로 주목받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 색다른 간식, 유통업계 효자 상품으로
이렇게 발 빠르게 수입한 제품들은 유통업체에도 효자 상품이다. 벌집 아이스크림이나 대만 카스테라, 흑당 버블티 같은 먹을거리는 국내에 프랜차이즈 형태로 상륙했다. 본사와 가맹점주가 모두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 구조다. 최근 편의점이 중심이 돼 들여오는 먹을거리는 완제품 형태로 공급을 받는다. 사들인 물량만 팔면 다른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올여름 7월부터 8월 사이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과 ‘이웃집 통통이 두바이식 초코쿠키’ 두 상품을 280만 개 팔았다. 8월 말을 기준으로 두 제품 합계 매출이 110억원에 달한다.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 인기에 힘입어 CU는 지난 3분기 매출액으로 편의점 업계 1위 GS25를 거의 따라잡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초고속 유행에 주의를 요구했다. 지난달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외직구 식품에서 부정 물질 검출률은 약 10%에 달했다. 스웨덴 캔디처럼 현재 해외직구를 해야만 만날 수 있는 상품은 브랜드 신뢰도를 면밀하게 따져보고 사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