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하면 피자헛, 도넛하면 노티드.”
어떤 음식의 대명사가 되도록 브랜딩을 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야 할까요? 과자하면 새우깡, 라면하면 신라면 등 식품회사들은 늘 브랜딩에 집중합니다. 브랜딩 파워로 좀 더 오랫동안 꾸준히 잘 나가는 식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하지만 요즘 피자나 도넛 등 왕년의 간식들을 생각하면 식품회사의 브랜딩 전략이라는 것에 회의를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투자를 검토하는 벤처캐피탈(VC) 쪽의 의견이 그렇습니다. 한 때 주름 잡았던 날들을 영화로운 과거로만 두고 실적이 쭉쭉 빠지는 곳들이 많아서입니다.
피자가 특히 그렇습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약 45억원이었습니다. 재작년 영업손실액 2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손실액은 18배가 됐습니다. 2022년 적자를 기록하고 꾸준히 손실을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때 방배동에 사옥까지 마련하면서 자수성가의 대표 신화로 꼽혔던 미스터피자는 지난해 16억원 손실을 봤습니다. 미스터피자가 물적 분할 전 속해있던 모회사의 손실까지 감안하면 3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피자 실적이 악화한 것은 일단 시장 자체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한 때는 초등학교 운동회를 하거나 생일파티를 할 때 피자를 여러 판 시키곤 했지만 요즘엔 그런 풍경을 보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는 2017년 2조원에서 2022년 1조2000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자를 먹고 싶을 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냉동 피자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상향 평준화가 되면서 냉동 피자도 맛에 있어서는 손색이 없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냉동피자 시장 규모는 2017년 1092억원에서 2022년 2053억원으로 커졌습니다.
최근엔 도넛도 예외는 아닙니다. 한 때 ‘오픈런 도넛’으로 유명했던 노티드 운영사 GFFG의 작년 당기순손실은 110억8223만원입니다. 1년 전과 당기순손실(24억4164만원)과 비교하면 손실 규모가 약 4.5배가 됐습니다. 손실이 커진 것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판관비(판매·관리비)가 높기 때문입니다. 매출이 800억원에 이르는데 판관비는 58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GFFG처럼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도넛을 주력으로 하는 곳 중 하나인 비알코리아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비알코리아는 던킨을 운영하는데 지난해에 2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투자업계에서는 브랜드 무용론을 심심치 않게 이야기합니다. 소비자 변화가 너무 빨라서 이에 맞춰 브랜드를 굳이 키울 유인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브랜딩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감안하면 식음료가 반짝 인기를 구가할 때 투자금을 전부 회수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투자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편견이라는 겁니다. 문정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지역정보학전공 교수는 “음식은 하나의 문화이고 매일매일 먹는 음식이 되려면 하나의 문화를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천천히 자식처럼 브랜드를 키워나가야 한다”면서 “그런 브랜딩이 있어야 길게 가는 음식이 되는 것이다. 브랜딩이 없었다면 피자헛이나 던킨, 노티드 등을 지금 언급할 수 조차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길게 가기 위한 비용이라는 관점과 회수하지 못할 비용이라는 상반된 시각 중 어느 쪽이 더 맞을까요. 피자헛 등 피자 업체들, 던킨, 노티드 등 도넛 업체들의 앞날에 더 관심이 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