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주요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쇼핑 내부에서 이전투구 양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리는 한정돼 있고 그 자리를 뺏고 뺏기는 건 회사 생활에서 피할 수 없다지만 요즘엔 그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양상입니다. 큰 SH(김상현 부회장) 사람이냐, 작은 SH(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 사람이냐로 패거리가 나뉠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픽=손민균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상현 부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새바람을 일으킬 인재로 특별히 기용한 소위 ‘믿을 맨’입니다.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 대표(부회장)를 맡다가 2022년 2월 롯데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1986년 미국 P&G로 입사해 한국 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을 거쳤고 홈플러스와 DFI 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를 역임한 유통 전문가지요.

김 부회장은 롯데마트 부분에 적극 관여하고 있습니다. 신동빈 회장의 김 부회장 기용 목적이 ‘유통 명가 롯데’의 부활, 그중에서도 신선식품(그로서리)과 마트 부분의 체질 개선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김 부회장은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외부 인재 기용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김 부회장이 자리를 잡은 이후 롯데마트 주요 자리는 홈플러스와 DFI리테일그룹 출신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2022년 홈플러스에서 롯데로 합류한 오세웅 롯데마트 PB&소싱부문 상무, 작년에 합류한 안태환 롯데마트·슈퍼 그로서리 본부장이 대표적입니다.

올해 들어서는 인도네시아 법인장도 김태훈 상무로 바뀌었습니다. 김 상무는 김 부회장처럼 데일리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데일리팜의 헬스앤뷰티(H&B) 체인 가디언(Guardian)에서 동남아 상품본부장 및 이커머스 본부장을 지냈습니다.

외부에서 속속 인물이 들어오다 보니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롯데 내부에도 똘똘한 인재들이 많은데 외부 사람을 기용하려고만 한다는 주장입니다. 업계 평판이 좋지 않은데 친소 관계에 따라 기용했다는 깎아내리는 말도 나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협력사를 후려치기해서 PB상품을 강화했다는 말이나 인도네시아 시장과 다른 동남아 시장은 상황이 다른데 전문성 없는 사람을 데려왔다는 말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듣는 쪽에서도 반격에 나섭니다. 목표가 되는 것은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가 승진시킨 롯데에서 경력을 쌓아온 젊은 인재들입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앉혀 겪을 필요 없는 시행착오를 크게 겪어야 했다거나 롯데 특유의 줄서기만 잘해서 승진했다는 폄하적인 말이 회사 밖으로까지 나옵니다.

최근 롯데그룹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유통 명가 롯데라는 말을 예전처럼 자신 있게 하기 어렵습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2분기 매출액은 1조319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2% 감소했습니다. 영업손실은 162억원이었습니다. 작년 2분기 손실액(32억원)을 감안하면 손실 폭이 많이 커졌습니다.

이전투구에 대해 롯데그룹은 사실무근이라고 하지만, 그룹에서 신구조화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 같습니다. 롯데쇼핑을 이제까지 잘 끌고 온 롯데맨의 노하우에 새롭게 수혈된 이들의 새로운 관점까지 버무려져야 롯데마트와 롯데쇼핑이 날개를 달 수 있지 않을까요? 다시 한번 유통 명가 롯데쇼핑의 날이 오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