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 따른 지역 소멸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위기 속 지역과 상생하는 유통업체들도 있다. 조선비즈는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토종 유통업체들의 현장 및 지자체 현황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침대 브랜드 시몬스 침대를 국내에서 운영하는 시몬스는 경기 이천 모가면에서 ‘시몬스 테라스 & 팩토리움’을 운영하고 있다. 시몬스 팩토리움은 시몬스가 2017년 1000억원을 들여 만든 시설이다. 자체 생산과 수면 연구 개발(R&D) 센터, 물류 시스템까지 한곳에 모은 곳으로 시몬스의 심장과도 같은 장소다.
시몬스 테라스는 2018년 시몬스가 단순한 판매 매장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해 만든 장소다. 침대 판매는 물론 제품 체험이나 수면 솔루션 등 시몬스의 R&D 역량, 브랜드 역사 등도 고객들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 밖에도 카페나 지역 특산품 등을 판매하는 마켓도 같이 마련돼 지역 명소로 떠올랐다.
◇ 안정호 대표 의지에 따라 1000억 넘게 투자
지난 3일 찾은 경기 시몬스 팩토리움은 ‘시몬스의 심장’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외관부터 웅장한 모습을 자랑했다. 붉은 벽돌에 흰 글씨로 시몬스(SIMMONS)라고 적힌 물류동을 시작으로 7만4505㎡(약 2만2538평)에 조성된 생산·R&D 시설 등이 모두 저층의 널찍한 붉은 벽돌 건물로 들어서 있었다.
건물로 들어서자마자 전시된 1800년대 벽장형 머피 침대를 뒤로 한 층을 올라가니 시몬스의 핵심 시설인 R&D 센터와 생산동으로 연결됐다. 먼저 들어선 R&D센터는 항습·항온·항균 테스트를 비롯해 1936가지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한 설비로 가득했다.
센터 내 연구실 안에는 침대 매트리스의 핵심이 되는 스프링은 물론 직물이나 충전재의 소재에 대한 시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각 방마다 여러 대의 모니터와 이 과정을 통제하고 있는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TV 광고를 통해 널리 알려진 침대 스프링 위로 볼링공이 떨어지는 낙하충격시험도 진행되고 있었다.
R&D 센터를 빠져나와 생산동에 들어서자 생산 과정을 영상으로 담은 모니터가 있는 벽이 올라가며 생산 시설이 한눈에 들어왔다. 스프링 라인·프로덕트 파이프 라인·오토매틱 래핑 라인·이너 폼 어셈블리 라인 등 각 생산 라인에는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시몬스 팩토리움은 ‘침대 안은 소비자가 볼 수 없는 영역이기에 내부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만들어지는 과정이 얼마나 깨끗한지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안정호 시몬스 대표의 의지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에 맞춰 스프링과 폼이 어떻게 옮겨지고 결합해 완제품으로 만들어지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
김동현 시몬스 생산·물류 기획 팀장은 “시몬스 팩토리움은 원부자재 투입부터 검사, 제조, 분석, 물류까지 모든 제조 공정을 수행하는 곳”이라며 “매트리스는 봉합 등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작업이 불가피해 일정 규모 이상의 직원들이 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팩토리움은 화~목요일 매일 12명씩 관람 신청을 받고 있다. 이달에는 하루를 빼고 예약이 마감됐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 시몬스 직원 3분의 1이 이천서 근무… ‘관광 명소화’
시몬스 테라스는 시몬스 팩토리움 개관 이듬해인 2018년 9월에 문을 연 공간이다. 시몬스가 이천 지역 사회로의 환원을 위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시몬스의 쇼룸인 동시에 전시·F&B(식음료)·박물관 등의 요소를 함께 담았다. 시몬스는 이 공간을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몬스 테라스에서는 다양한 지역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8년부터 매년 직거래 장터인 파머스 마켓을 운영해 시몬스 테라스를 찾는 전국의 고객을 상대로 이천 지역 농가들이 농특산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8월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파머스마켓을 진행해 8000명의 고객이 마켓을 찾았다.
시몬스는 파머스 마켓에 사용되는 집기·부스 제작, 디스플레이, 홍보 등의 제반 사항을 제공하고, 일정 금액의 농·특산물을 구매하여 참여 농가를 지원하고 있다. 또 파머스 마켓에서는 임직원들의 기부 행사도 이뤄지는데, 올해는 임직원들의 소장품을 판매하는 업사이클링 부스를 운영해 판매 수익금 1000만원을 이천 지역 청년을 위한 사업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시몬스 테라스는 매년 겨울 대형 트리와 수천 개의 조명을 설치해 ‘성탄 트리 및 일루미네이션 행사’를 진행하는데, 지난해에는 크리스마스 기간이던 12월 24~25일 3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가기도 했다. 시몬스는 지난해부터는 시즌 상품이나 지역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크리스마스 마켓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엿새간 진행된 행사에 2만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이처럼 생산 시설이면서 관광 명소가 된 시몬스 테라스 & 팩토리움은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방문객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소셜미디어(SNS)에도 관련 해시태그가 12만 개에 이를 정도로 이천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가 됐다고 시몬스는 설명했다.
시몬스 테라스 & 팩토리움은 명소인 동시에 이천 지역에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연간 30만㎞의 경강선을 사용해 하루 600~700개의 매트리스를 만드는 팩토리움은 물론 판매·전시 장인 테라스를 운영하는 인력까지 210여 명이 이곳에서 일한다. 시몬스 전체 인력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이천 지역민이다. 지난해 기준 시몬스의 1인당 평균 급여가 약 60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천 지역민의 급여 소득 125억원가량이 시몬스 테라스 & 팩토리움에서 나오는 셈이다.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이천 모가면 지역 입장에서도 큰 도움이 되는 셈이다.
모가면의 인구는 2013년 4758명이었으나 지난해 4104명을 기록했다. 시몬스는 크리스마스 행사 등이 지역 음식점 등의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도 전했다.
◇ 지역 농가 지원·기부도 이어와… 누적 5억원
이 밖에도 시몬스는 이천 지역의 농가를 지원하고 지역 사회에 대한 기부나 사회 환원을 위한 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시몬스는 긴 장마가 이어졌던 2020년에는 수해를 입은 농가를 돕기 위해 복숭아 등 지역 농산물 1억원어치를 구매해 협력사와 관계사 등에 선물했다.
또 2018년부터 추석과 설 명절마다 전자제품과 가구 등을 기부해오고 있다. 올해는 추석을 앞두고 이천시에 온누리 상품권 4000만원을 전달했다. 시몬스가 현재까지 이천 지역에 진행한 기부는 총 13회로 누적 기부액은 5억원이 넘는다.
지역 환경 보전을 위해 이천시와 지난 6월 폐기물 발생 최소화와 폐기물 재순환 활동을 추진하기로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고, 2017년부터 지역 주민들과 정기적으로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 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임선미 이천시청 팀장은 ”시몬스가 기존에 별다른 관광 자원이 없던 모가면에 팩토리움과 테라스를 만들면서 전국에서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면서 “현재 운영 중인 이천 투어 버스 경유지에도 내년부터는 시몬스 테라스를 포함해 운영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모가면은 시골 지역이라 시몬스 정도의 채용 인원이 있는 기업이 달리 있지 않아, 시몬스를 찾는 관광객은 물론 그곳 직원들이 일으키는 소비 역시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