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바꿀 필요 없다. 새롭게 느껴지면 오히려 안 된다. 한끗만 달라도 된다.”

요즘 제과업계는 기존 장수상품에서 ‘한끗’만 다르게 만드는 스핀오프(Spin-Off) 전략을 구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갑을 여는 데는 스핀오프 전략만 한 것이 없다는 말도 나옵니다.

스핀오프란 원래 영화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히 쓰였던 용어입니다. 본편이 아닌 파생작, 번외작을 뜻합니다. 제과업계의 스핀오프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요?

오예스 40주년을 기념해 나온 예스의 케이크 가게. /해태제과 제공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태제과가 올해로 40살 생일을 맞은 오예스를 기념하기 위해 프리미엄 리얼 케이크 오예스를 내놓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40주년 기념 오예스는 호주산 마스카포네치즈 크림과 콜롬비아산 커피 크림으로 수제 티라미스 케이크를 먹는 느낌이 들게끔 만들었습니다.

이름도 ‘예쓰의 케이크 가게’로 바꿨습니다. 오예스 브랜드 캐릭터인 ‘예쓰’가 케이크 가게를 열었다는 뜻입니다. 포장 패키지는 고급 베이커리에 진열된 수제 케이크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습니다. 새롭게 느껴지되 오예스와 이미지가 연결되도록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전혀 다른 상품이라고 인지되면 스핀오프 전략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태제과보다 한발 더 앞서 스핀오프 전략을 시험해 본 곳도 있습니다. 초코파이로 유명한 오리온입니다. 오리온은 지난 2월 초코파이하우스를 출시했습니다. 케이크 속에 마시멜로 대신 크림을 넣어 맛과 식감을 바꾼 것이 특징입니다. 분명 초코파이 같은데 초코파이가 아닌 식감과 맛으로 출시 20일 만에 누적 판매량 450만 개를 돌파했습니다.

오리온이 지난 2월 내놓은 초코파이하우스. /오리온 제공

제과업계에 스핀오프 제품을 내놓는 이유는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나 예능 프로그램 제작도 사실 비슷합니다. 제작비가 워낙 많이 들다 보니 새 작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기존에 성공한 작품에 시즌2, 시즌3를 붙이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과는 평균 이상은 나온다고 합니다. 대박은 아니더라도 실패를 피해 가는 묘수입니다.

제과업계 입장에서도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 그렇게 개발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데에 마찬가지로 엄청난 노력이 든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스핀오프 전략은 효과적입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워 소비자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기 쉽고 신상품 출시에 따른 실패 확률도 적습니다.

제과업계에서는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콜라보래이션(협업) 전략에서 스핀오프 전략으로 무게를 옮겨갔다고 말합니다.

콜라보래이션은 전혀 다른 상품군의 이미지를 차용해 새로운 상품처럼 느껴지게 하는 전략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밀가루 브랜드와 맥주가 만나 만든 곰표 밀맥주였습니다. 캔맥주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콜라보래이션 상품은 나오기 힘들다는 게 제과업계의 시선입니다. 최근 몇 년간 콜라보래이션 상품이 봇물처럼 쏟아져나오면서 이종(異種) 간의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만한 아이디어가 소진됐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곰표 밀맥주가 인기를 끌자 이후 과열 양상이 일면서 식품과 전혀 관계가 없는 제품과 식품 간의 콜라보래이션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구두약 초콜릿, 유성매직 스파클링 등이 대표적입니다.

전문가들도 제과가 속해있는 식품업계에서는 콜라보래이션보다는 스핀오프가 더 안전한 전략이라고 말합니다. 맛이나 패키지 등의 상향(업그래이드) 효과도 올릴 수 있고 신선한 이미지로 소비자의 마음도 열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한동안 콜라보래이션 상품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면 당분간은 스핀오프 전략으로 새 옷을 입은 제품을 마트나 편의점 매대에서 만나보게 될 것 같습니다.

제과 마케팅 부서에서는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올 하반기엔 어떤 제과 상품이 품귀현상을 불러올까요? 별일 없는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이 되어줄 장수 스낵의 변신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