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팝업 형태로 문을 연 핸드메이드 카페트 브랜드 ‘인도 자이푸르 러그’ 점포. 손으로 쓱 한 번 문지르니 보드라운 감촉이 느껴졌다. 켜켜이 쌓인 카페트 중 똑같은 모양은 없었다. 이 중 가장 크고 비싼 카페트는 3000만원. 이 카페트는 아직 주인을 못 찾았지만 팝업 첫 날 1000만원짜리 카페트는 바로 팔려나갔다. 인도 자이푸르에서 4만 여명의 장인 중 한 명이 수공예로 만든 작품이 주인을 맞이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모델들이 5일 서울 강남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오픈한 인도 최대 수제 카펫 브랜드 '자이푸르 러그' 팝업스토어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자이푸르 러그는 1978년 설립된 인도 최대 수제 카펫 제조회사로 인도 전역의 4만명 직조 장인들이 2500여 년의 전통 방식으로 전 공정을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뉴스1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들이 고가 인테리어 품목을 확충하는 것으로 눈을 돌리면서 카페트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원래 고가 카페트 시장은 한일카페트가 꽉 잡고 있었다. 카페트로는 국내 1위 기업으로 통했고 전세계 고급 카페트를 한 눈에서 볼 수 있게 구비해 둔 매장을 가지고 있어서다.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1990년부터 주요 소비재 수입 상위 50개 업체에 이름 올려온 업체로 지금까지는 고급 카페트는 전부 여기에서 판매했다”고 했다.

독식에 가까운 시장에 신세계 백화점이 불씨를 당겼다. 인도 자이푸르 러그를 앞세웠다. 이 회사는 1978년 사업을 시작한 가족회사다. 인도 6개 주에서 4만명의 장인이 수공예 생산에 참여해 제작기간은 2개월에서 2년가량이 걸린다. 지금은 창업주의 딸이 회사를 이끌면서 인도를 너머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지에서 초고가 카페트를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이번에 문을 연 자이푸르 러그 팝업 매장의 성과가 좋으면 백화점에 정식 매장을 낼 계획이고 중간 유통업자를 끼지 않은 직소싱 방식”이라고 했다. 인도 자이푸르 러그까지 들어오게 되면 고가 카페트 시장에 양대산맥이 생기게 된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그만큼 넓어지는 셈이다.

신세계백화점이 프리미엄 카페트 품목을 확충하기 시작한 건 그만큼 시장이 형성됐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카페트의 매출 신장률은 2023년 24% 수준. 올 들어서는 27% 가량 늘었다. 신세계 백화점 우수 등급 소비자(VIP)가 프리미엄 카페트 매출의 절반 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통상은 고급 가구를 구매하면서 고가 카페트도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로는 음식과 옷을 넘어 주거 공간을 고급화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고가 가구로 분류되는 B&B이탈리아, 까시나, 폴트로나프라우, 몰테니, 로쉐보보아 등을 구매한 소비자가 카페트까지 사는 경우는 2023년 21%, 2024년 23.9%였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좌식·온돌 문화로 카페트에 대한 수요가 많진 않았지만 주거 공간 고급화가 꾀해지면서 이미 2022년 신세계 센텀시티에는 카페트 전문 MD가 있을 정도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면서 “주거용품(리빙) 분야(카테고리)가 점점 발전하면서 세분화되는 과정에 들어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