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는 서울 내 외식업소 수가 코로나 팬데믹 시기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고금리·고물가와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외식업종 수익이 떨어진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 2분기 서울서 6290개 외식업 점포 폐업

3일 조선비즈가 서울시 상권 분석 서비스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올해 2분기 외식업 폐업 점포 수는 6290개였다. 지난 1분기(5922개)보다 6%가 늘었다. 코로나19가 닥쳤던 2020년 1분기의 6258개보다도 많았다.

폐점 이면에는 외식업자들이 겪는 어려운 현실이 있다.

지난달 통계청이 집계한 올해 2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 역시 75.6으로 1분기(79.28)보다 3.68포인트 하락했다. 2분기 끝자락에 해당하는 6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4%로 11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 역시 예상보다 높은 1.3%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그동안 누적된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외식을 꺼리고 있다.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는 2022년 2분기 이후 줄곧 8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보고서는 2분기 외식업 경기를 “수치로만 살펴보면 70대 중반에 머물던 2018년 어려웠던 경기 흐름으로 되돌아간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서울시내 한 음식점 앞에 메뉴 안내문이 놓여 있는 모습. /뉴스1

가장 주된 폐업 원인은 영업 부진이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식업소 당 매출액은 4317만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 줄어든 금액이다. 영업이익은 915만원으로 23% 감소했다.

올해 2분기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2분기 서울 지역 외식업종 매출액은 2조34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줄었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외식업종은 매출 감소, 원가 상승, 인력 감소, 임대료 상승 같은 복합적인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며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려면 소비 심리 회복 전략, 효율적인 원가 관리, 인력 효율화, 임대료 관리, 마케팅 강화처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 영업 부진에 외식업장 빚도 불어나

영업 부진 탓에 외식업자들이 진 빚도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대출이자를 제때 갚지 못한 채 연체하고 있는 자영업자 비율은 4.2%로 나타났다. 2013년 1분기(4.4%)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다.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팬데믹 이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지난해 9월 사실상 끝난 점도 폐점에 불을 붙였다.

외식업을 향한 사회적인 시선도 바뀌고 있다.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는 40대 후반이나 50대에 회사를 그만두고 음식점을 차리는 경우가 흔했다. 한때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는 ‘그만 은퇴하고 치킨을 튀기겠습니다’는 자조적인 농담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은퇴를 앞둔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들은 이제 좀처럼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올해 취업자 중 60세 이상 고령층 비율은 22.4%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984년만 해도 1~7월 월평균 60세 이상 취업자 비율은 5.4%에 불과했는데, 40년 만에 4배 넘게 증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고용 악화로 외식산업 내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개별 사업체 수익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