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내로라하는 카페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물밀듯 진출하는 가운데, 반대로 국내에서 잔뼈가 굵은 토종 커피 브랜드는 해외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데다, K푸드에 대한 인지도와 수요가 높아지자 해외로 눈을 돌려 생존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21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할리스는 지난 5월 일본 오사카에 난바 마루이점을 열었다.

할리스는 1988년 1호점을 낸 이후 그동안 국내에서만 가맹점을 운영했다. 난바 마루이점은 26년 만에 할리스가 선보이는 첫 해외 직영점이다. 난바 마루이점이 자리잡은 마루이 백화점 앞 광장 지역은 오사카에서도 가장 인파가 붐비는 번화가다.

할리스 카페는 일본 20·30대 사이에서 한국식 커피 음료와 디저트가 인기를 높은 점을 감안해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직영 매장을 열었다고 했다.

일본 매장에서는 국내에서 상시 파는 일반 음료뿐 아니라 약과크림라떼, 네잎클로버를 이용한 행운이 쑥쑥라떼, 한라봉유자스무디 같은 한정 메뉴도 같이 판다.

할리스 관계자는 “한국 전통 디저트를 응용한 약과크림라떼는 일반 아메리카노보다 1.5배 더 잘 팔린다”며 “이 메뉴가 난바 마루이점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할리스 일본 오사카 '난바 마루이점' 개점 당일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할리스 제공

이디야커피는 세계 최대 커피 시장 미국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디야커피는 지난해 12월 미국 괌에 해외 가맹 1호점 괌 마이크로네시아몰점을 개점했다. 올해는 괌에 3호점을 출점할 계획이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괌 1호점에서 꿀호떡, 달고나라떼, 흑임자 붕어빵처럼 한국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메뉴가 인기가 많다”며 “현지 특화 메뉴를 제공해 관광객과 현지인 모두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디야커피는 말레이시아에도 올해 중 매장을 낼 예정이다. 올해 6월 말레이시아 현지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유통 전문사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현지 사정에 밝은 기업과 손잡고 브랜드 가맹사업 운영권을 정해진 기간 파는 계약 방식이다. 가맹 본사가 투자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로열티 수입을 꾸준히 얻을 수 있고, 진출 국가 시장 동향이나 법률 분쟁처럼 골치 아픈 절차를 파트너사와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유통업계는 평가한다.

말레이시아는 이디야커피가 할랄 시장에서 가진 경쟁력을 증명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이디야커피는 앞으로 5년 내 말레이시아 전역에 200호점을 열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매장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전 세계 할랄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이디야커피가 괌에 연 해외 첫 가맹점 이디야 괌 1호점. /이디야커피 제공

그 밖에도 요리 연구가 백종원 씨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 산하 브랜드 빽다방은 현재 필리핀에서 8개, 싱가포르에서 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빽다방은 2016년 중국과 싱가포르에 1호점을 열고 일찌감치 해외 진출에 나섰다.

메가MGC커피(메가커피) 역시 지난 5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첫 해외 매장을 열고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메가커피 해외 1호점은 몽골 파트너 기업 아시아파마 본사 사옥 1층에 약 30평 규모로 들어섰다.

메가커피 관계자는 “몽골이 젊은 인구 비율이 높고 한국에 대한 호감도도 좋은 편이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커피뿐 아니라 에이드나 프라페 같은 150개가 넘는 메뉴를 바탕으로 다양한 소비자 성향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커피 업계는 수년 전부터 계속 국내 커피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2022년 말 기준 10만729개를 기록해 처음 10만 개를 넘었다. 2016년 5만1551개에서 6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시장은 스타벅스와 저가 커피 위주로 갈렸다. 나머지 브랜드는 설 자리가 좁아졌다. 최근에는 세분화·고급화한 국내 소비자 취향을 고려한 미국 인텔리젠시아, 캐나다 팀 홀튼, 일본 노커피 같은 외국 브랜드가 잇달아 들어와 경쟁에 불이 붙었다.

한국바리스타협회 관계자는 “커피 같은 음료와 디저트는 다른 음식보다 취향 혹은 제조 방식 면에서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토종 브랜드도 활발하게 해외로 진출하기 쉬운 편”이라며 “다만 진출 국가에 이미 유명 커피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한 경우가 많고, K푸드 인기는 일시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운영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