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수준으로 위스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위스키에 입문하는 분들은 물론 위스키 애호가들도 만족할 수 있도록 12년 숙성 제품부터 40년 50년 고숙성 제품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3일 더 글렌드로낙 증류소를 이끌고 있는 레이첼 배리(Rachel Barrie) 마스터 블렌더가 브랜드 리뉴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 더 글렌드로낙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브랜드 리뉴얼을 알리는 행사를 열었다. 첫 행사는 이달 초 중국 상해에서 열렸다.

유정민 한국브라운포맨 마케팅 상무(왼쪽)와 레이첼 베리 더 글렌드로낙 마스터 블렌더. /양범수 기자

더 글렌드로낙은 올해 전면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하고 있다. 1826년 증류소 설립 이래 이어져 온 전통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맞춰 더 글렌드로낙은 고숙성 제품군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브랜드 리뉴얼에 따라 제품 패키지 역시 변화를 줬다. 증류소 설립자인 제임스 알라다이스의 서명과 양조장의 정보, 제조 방식 등 술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는 두 개의 라벨이 붙던 기존 병에서 이를 통합해 하나의 라벨로 바꾸었다. 또, 표기된 서명 역시 현 마스터 블랜더인 배리의 서명으로 바꾸었다.

한국에서 더 글렌드로낙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브라운포맨의 유정민 마케팅 상무는 “럭셔리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병을 더 높게 만들고 패키지도 리뉴얼하게 된 것”이라면서 “제품의 품질을 더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면서도 이전에 비해 모던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신경썼다”고 했다.

더 글렌드로낙은 리뉴얼을 통해 성장하는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목표다. 유 상무는 “브라운포맨의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면서 “더 글렌드로낙 역시 한국 시장에 출시한 이후 연평균 40%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브랜드 운영사인 한국브라운포맨 역시 최근 5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CAGR)이 40%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58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다만, 영업손익은 14억원 적자를 기록하면서 직전 연도 영업이익 217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13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 전시된 리뉴얼된 더 글렌드로낙 제품들. /양범수 기자

더 글렌드로낙은 브랜드 리뉴얼을 기점으로 제품군도 다양화할 방침이다. 올해 중에 마스터스 앤솔로지(Masters Anthology) 제품군을 추가해 피트라고 불리는 이탄(泥炭)을 활용한 제품을 비롯해 목재를 태운 듯한 스모키함이 있는 제품 등 세 가지 제품을 출시한다. 또, 내년에는 30년 숙성, 40년 숙성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베리 마스터 블렌더는 “이번 브랜드 리뉴얼 발표는 더 글렌드로낙의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라면서 “몇 년에 걸쳐 새로운 제품군을 위한 여러 시도를 해왔고, 이를 통해 저희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기대 이상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더 글렌드로낙의 기대와 맞게 국내 위스키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카치·버번·라이 등 위스키 수입량은 3만586톤(t)으로 전년 대비 13.1% 증가했다. 관련 통계가 공시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시장 규모 역시 지난해 5조62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더 글렌드로낙은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방에 있는 증류소로, 1826년 설립 이후 전통적인 생산 방식을 고수하며 위스키를 만들고 있다. 맥아즙을 스코틀랜드 낙엽송으로 만든 발효조에서 발효하고, 이를 색소폰 모양의 구리 단식 증류기를 통해 원액을 만든다. 원액은 스페인산 셰리 캐스크에 숙성한다.

이를 통해 맥아, 물, 효모만을 사용해 위스키를 만들지만 진한 호박색을 낼 수 있다. 또한 원액의 기본 노트인 풍부한 베리, 오렌지 과실의 향과 초콜릿, 가죽, 담배 향 등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만든다.

현재 더 글렌드로낙 증류소를 이끌고 있는 레이첼 배리는 위스키 매거진 명예의 전당에 오른 최초의 여성 마스터 블렌더로, 32년의 경력을 갖는 위스키 전문가다. 현재 더 글렌드로낙과 벤리악, 글렌글라사의 생산을 책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