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면 클수록 좋다’. 편의점에 몸집을 키운 거대한 먹거리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식료품 거대화 바람은 작년 5월부터 불었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GS25는 지난해 라면 8개 양을 한 번에 담은 ‘점보도시락 라면’을 출시했다. 5만 개 한정 수량으로 제작한 이 제품은 출시 3일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부족한 수량 탓에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웃돈이 붙은 제품이 올라왔다. 인기가 이어지자, GS25는 제품을 정식으로 출시했다. 이후 SPC삼립(005610) ‘크림대빵’, CU ‘슈퍼 라지킹 삼각김밥’ 같은 다양한 제품이 잇따라 나왔다.

지난해 내내 거대한 먹거리는 여러 소셜미디어(SNS)에서 구매 인증 사진에 쓰였다. 유튜버들 사이에서 6분 안에 빵을 다 먹는 챌린지나 먹거리로 얼굴 가리기 같은 콘텐츠가 이어졌다. 그러나 크기만 키우고, 서로 비슷한 제품에 소비자 관심은 금세 식었다.

흥미가 가시면 사라질 줄 알았던 거거익선 먹거리는 올해 슈링크플레이션과 물가 인상이 이어지면서 부활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이는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 합성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U는 최근 톨사이즈 커피 4잔이 한번에 담긴 초대형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출시했다. 이 크기는 스타벅스 벤티(591mL) 사이즈에 톨 사이즈(355ml) 2잔을 합해야 나올 만큼 양이 많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커피 전문점도 가격을 올리고, 인스턴트 커피 제품도 따라 올라 1000~2000원 대로 즐길 수 있는 편의점 즉석커피가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생각해 내놓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최근 편의점 체인들은 여름철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제품을 이전보다 2배 이상 큰 대용량으로 선보였다.

CU는 지난달 폭염이 일찍 찾아온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 점포에서 슈퍼 라지킹 비빔면을 시범 판매했다. CU에 따르면 비빔면 매출 가운데 6월부터 8월 사이 3개월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43.4%, 지난해 47.2%로 거의 절반에 가깝다. 이 제품은 일반 비빔면보다 3배 이상 양을 늘려 가격 경쟁력을 보강했다.

CU 관계자는 “처음 준비한 물량 5000개가 일주일 만에 팔렸다”며 “가격 대비 만족도와 상품 경쟁력이 높은 상품을 꾸준히 보강해 물가 부담에 신경을 많이 쓸 것”이라고 말했다.

GS25도 여름에 맞춰 지난달 8인분 분량 초대형 물냉면 ‘유어스세숫대야물냉면’을 내놨다. 이 제품은 보통 냉면 중량 대비 8배에 달하는 1.2㎏ 냉면 사리가 들어있다. 여기에 육수와 냉면 소스, 야채와 식초를 세숫대야 크기 대형 스테인리스 용기에 담아 판매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유명 냉면집 냉면 한 그릇 가격이 1만5000원을 넘은 상황이라, 이 제품은 가용비(가격 대비 용량)를 자랑하기 위해 선보였다”며 “초대형 콘셉트와 재미 요소를 살리는 차원에서 세숫대야만 한 스테인리스 용기를 넣었다”고 말했다.

초기 거대한 먹거리는 주로 이색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층 소비 성향을 반영한 제품에 그쳤다. 하지만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최근에는 가격 대비 저렴하다는 점을 앞세우는 상품이 주류로 떠올랐다.

CU가 내놓은 슈퍼 라지킹 삼각김밥은 1개가 보통 삼각김밥 4개 크기다. 시중에서 평균 1500원대에 팔리는 삼각김밥을 낱개로 4개 구매하는 것보다, 5900원짜리 대왕 삼각김밥 하나를 사는 게 10% 정도 저렴하다.

GS25 공간춘 쟁반짬짜면은 공화춘 짜장과 간짬뽕 상품을 합쳐 크기를 8배 정도 키웠다. 이 상품 역시 기존 제품을 낱개로 8개 사는 것보다 11% 싸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체인은 소비자에게 ‘우리 제품이 고물가 시대에도 크고 저렴하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선 소비자 한 명이 낱개 상품을 여러 개 사는 것보다 점보 제품 하나를 살 확률이 높아 매출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