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경기도 마약중독 치료기관인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이하 도립정신병원)’에 대한 사용 수익 승인을 취소하고, 이를 기부자 측에 허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도립정신병원은 서울시가 개인으로부터 기부채납 받아 보유한 토지 위에 운영 중인데, 기부자 측이 이런 상황이 기부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제공

24일 관련 업계와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도립정신병원이 자리한 토지의 기부채납자 유족으로부터 항의 민원서를 접수했다.

도립정신병원은 경기 용인 기흥구 3306㎡(약 998평)의 부지 위에 운영되고 있다. 해당 부지는 1985년 용인병원유지재단의 설립자 고(故) 이정환 박사로부터 서울시가 기부채납 받은 곳으로, 애초 서울시립 용인정신병원으로 사용될 목적이었다.

해당 부지에는 2019년까지는 기부 당시 목적에 맞게 서울시립 용인정신병원이 운영돼 왔다. 1987년부터 2015년까지는 용인병원유지재단이 위탁 운영했고, 그 이후 서울시 강남의료원이 위탁운영을 맡았다. 하지만, 경영 부진으로 2019년 2월에 폐원했다.

그러자 경기도는 서울시 병원의 폐원으로 공실이 된 부동산 공공자산의 사용을 요청했고, 서울시는 이를 허가했다. 당시 경기도는 서울시립 용인정신병원 인근에 경기도립 용인정신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서울시는 3년간 사용을 승인했으나, 두 차례 연장 끝에 경기도는 2027년까지 해당 부동산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기부자 측은 해당 토지가 애초 목적이던 서울시립 용인정신병원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을뿐더러 기부 당시 협약서 내용과도 맞지 않아 서울시가 경기도의 사용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약서에는 병원 입원 시설의 최소 80% 이상은 서울시민이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부자 측은 또 경기도가 운영 중인 도립정신병원의 경영 상황이 불건전하기에 경기도 역시 서울시의 자산을 무리하게 유상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도립정신병원은 50병상 규모의 병원이나, 자체 수입이 적어 위탁운영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이를 다 사용하지 못해 반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립정신병원이 최근 3년간 위탁운영보조금을 받았다가 반환한 액수는 14억원에 이른다. 해당 기간 받은 위탁운영 보조금은 약 152억원이다. 도립정신병원은 지난해 약 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도 50억원의 위탁운영보조금을 받았다.

불건전한 병원 경영 상태는 진료 환자 수가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립정신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는 939명으로 목표치(1717명)의 절반 수준(55%)에 그쳤다.

입원 환자 역시 306명으로 목표치 450명보다 적었고, 병상가동률은 50개 중 15개만 쓰이면서 30% 수준에 그쳤다. 직전 해인 2022년의 경우 병상이 2개만 사용되면서 병상가동률이 4%를 기록하기도 했다.

직원 인건비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현재 도립정신병원에는 정신과의사 5명, 가정의학과 의사 1명을 포함해 간호사와 약사 등 53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병원의 인건비 지출액은 약 36억원으로, 총예산(74억원)의 절반에 달한다. 올해 인건비 예산은 47억원으로 총예산(73억원)의 절반을 넘겼다.

경기도 정신위기대응팀 관계자는 병원이 구조적으로 입원 환자 수가 많기 어렵지만 경영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도립정신병원은 응급 정신질환자 입원을 맡고 있어 환자들이 사흘 정도만 입원한다”면서 “그럼에도 올해 평균 병상 가동률은 지난해(30%)보다 높아져 50% 수준을 보인다”고 했다.

경기도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도립정신병원을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으로 추가 지정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도립정신병원의 정식 업무에 경기도 마약중독 치료센터 운영을 추가하는 조례가 도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가결되기도 했다.

기부자 측은 “고 이 박사는 개인 소유 부동산을 서울시에 기부채납한 것으로 시는 경기도의 부동산 사용을 절대 불가하다고 통보해야 한다”며 “서울시도 아닌 경기도의 마약 중독 치료 병원으로 사용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부자의 상속인에게 도립정신병원이 사용중인 부동산의 사용수익을 허가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 시민건강국 관계자는 “해당 부지가 기부채납 받은 자산은 맞지만, 이를 다른 지자체에 임대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지는 않다”면서 “다만, 기부가 이뤄졌던 당시 협약서 관련한 문제 등은 문서 원본을 찾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부자 측은 이에 대해 “공유재산법은 제정 이전의 기부 관련 사안도 조사해 기록해 놓도록 하고 있으나 서울시는 서류를 찾는 중이라는 답변을 수개월 동안 되풀이하고 있다”며 “해당 서류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등기부등본 등 기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로 기부자 측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