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F&B(이하 교촌)가 2년 만의 신제품 교촌 옥수수를 18일 발표했다. 교촌은 자사 매출 약 90%를 차지하는 교촌 오리지널·레드·허니콤보와 어깨를 견줄만한 제품으로 교촌 옥수수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 레시피 사서 1년 개발… 4330마리 잡아
교촌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 수정구 교촌 판교 사옥에서 신메뉴 출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촌 옥수수 출시를 알렸다. 교촌 옥수수는 옥수수와 아카시아꿀, 무염버터로 만든 소스에 옥수수 플레이크를 버무려 진한 옥수수 풍미와 바삭한 식감을 구현한 메뉴다.
특히, 부분육 메뉴로는 처음으로 안심을 활용한 메뉴를 출시했다. 통 안심은 13호 닭 한 마리를 기준으로 55~60g(약 4%)만 나오기 때문에, 제품 하나를 위해 9~10마리의 닭이 필요한 특수 부위다. 교촌은 옥수수와 잘 어울리는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위해 안심 메뉴를 만들었다.
교촌 오리지널은 창업주인 권원강 회장이 제품 개발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6전 7기 만에 시장에 출시된 메뉴다. 권 회장은 1년의 개발 기간 7번의 소비자 조사 과정 중 맛은 물론 배터(튀김 반죽)부터 후추의 양까지 직접 의견을 제시하면서 제품 출시를 승인했다.
권 회장은 세 번째 소비자 조사까지는 “완성도가 떨어진다”며 다른 제품을 개발하는 게 어떻겠냐고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촌 R&D 센터는 끊임없이 레시피를 개선했다. 옥수수 원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플레이크와 파우더를 활용하기로 바꾸면서 권 회장의 기준을 맞췄다.
교촌 옥수수의 시발점은 지난해 방영된 오디션 프로그램인 셰프들의 치킨 전쟁, 닭, 싸움에 등장한 김도우 셰프의 ‘찰콘 치킨’이다. 이 메뉴는 김 셰프가 오디션 과정에서 옥수수와 양파, 버터를 사용해 만든 치킨인데, 교촌은 이 레시피를 사들여 제품을 개발했다.
지난해 7월부터 개발에 들어가 1년 동안 약 4330마리의 닭이 사용됐다고 교촌은 설명했다. 하루 약 12마리의 닭이 교촌 옥수수를 위해 쓰인 것이다. 교촌은 닭값은 물론 레시피 계약과 산학협력, 소비자 조사 등 개발 과정에서 약 1억5000만~2억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했다.
◇ 신메뉴 잘 안내던 교촌, 연이어 출시해 매출↑ 전략
이런 과정을 거쳐 출시된 교촌 옥수수는 교촌 블랙시크릿 출시 이후 2년 만의 신제품이다. 쏘마치 치킨(bhc), 핫베이크 치킨(BBQ), 불닭 칠리 슈퍼박스(KFC) 등 경쟁사들이 연이어 매운맛을 내세운 신제품을 내놓는 것과 달리 옥수수와 단맛을 중심으로 한 제품이기도 하다.
윤진호 교촌 국내사업지원부문장(사장)은 “경쟁사들의 신제품 트렌드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무엇보다 옥수수는 남녀노소 호불호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칫 소비자층이 한정될 수 있는 매운맛 추세를 쫓기보다 더 넓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교촌은 이러한 제품 개발 방침 기조는 ‘진심 경영’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심 경영은 지난 4월 교촌이 경기 오산에서 판교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발표한 경영 기조다. 참(眞)으로 고품질의 재료를 엄선하고, 가진 것을 다해(殄) 제품을 만들겠다는 정신이다.
박종호 상품기획 팀장은 “교촌은 제품 하나하나에 최적화된 재료를 사용한다. 이번 메뉴에도 최적의 염지법이 적용된 닭고기와, 새로운 소스가 두 가지 들어간다”면서 “재료를 모듈화해 제품을 만들면 개발이 쉬운데, 메뉴마다 최적화된 원재료를 활용해야 하면 매장 조리 환경을 생각해야 하기에 제품 개발이 쉽지 않다”고 했다.
교촌은 이렇게 개발한 신제품을 단기적으로는 매장 일 매출의 5~10%를 차지할 수 있도록 키우고, 장기적으로는 오리지널·레드·허니콤보를 잇는 대표 메뉴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교촌의 세 메뉴가 전체 매출의 약 90%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본부 매출을 1000억원 이상끌어 올릴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교촌은 오는 8~9월에는 직화 닭다리살을 밥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담덮밥을 출시하고, 2021년 120억원에 인수한 문베어브루잉에서 생산하는 수제 맥주를 가맹점 중심으로 유통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역 신장세에 접어든 매출도 증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교촌이 교촌 옥수수를 시작으로 연이어 신제품을 내며 매출액을 증대시키려는 배경에는 공격적으로 매장 수를 늘리기 어려운 교촌의 경영 방침과 지난해 4월 대표 메뉴 가격을 최대 3000원까지 올리면서 소비자가 이탈한 영향이 있다. 게다가 교촌 오리지널(1991년), 레드(2004년), 허니콤보(2010년) 등 대표 제품들의 운영 기간이 오래되면서 신규 소비자를 유입할 유인도 떨어진 상황이다.
실제로 교촌은 지난해 445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8억원으로 181%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128억원으로 159%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역시 매출액은 11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9억원으로 104%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다.
반면, BBQ는 지난해 476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전년 대비 12.8%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영업이익은 653억원으로 1% 감소했다. bhc는 지난해 535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전년 대비 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03억원으로 같은 기간 15% 감소했다.
교촌이 현재 지역본부 직영화와 물류 효율화로 실적 개선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매출 증진을 위해서는 신제품의 성공이 중요한 셈이다. 윤 사장은 “현재 지사의 내재화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신제품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