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산품으로 제품을 만드는 ‘로코노미(Loconomy·로컬+이코노미)’가 식품업계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로코노미는 지역(Local)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지역만의 고유 가치와 특색을 담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생산자는 새로운 판로 확대의 기회로, 젊은 층엔 ‘힙한 것’으로, 기업엔 지역 상생의 장으로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로코노미 상품 개발에 적극적인 곳은 패스트푸드·카페를 포함한 식품업계다. 한국맥도날드는 ‘한국의 맛(Taste of Korea)’ 시리즈로 로컬 소싱(현지 조달) 신메뉴를 매해 출시하고 있다. 2021년 처음으로 선보인 창녕 갈릭 버거를 시작으로, 2022년 보성 녹돈 버거, 2023년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를 출시했다. 맥도날드는 이날 경남 진주 지역의 특산물 고추를 활용한 ‘진주 고추 크림치즈 버거’를 공개했다. 한국의 맛 메뉴 누적 판매량은 2000만 개에 육박한다.
롯데리아도 매해 롯리단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롯리단길 프로젝트는 지역 맛집과 협업해 신메뉴를 출시하는 내용이다. 올해 공개한 신메뉴는 서울 망원시장의 ‘우이락 고추튀김’이다. 앞서 출시한 충북 청주 지역의 ‘매운 만두’와 부산 깡통시장의 ‘깡·돼·후 돼지 프라이드’는 각각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했다.
스타벅스코리아도 로코노미에 발맞춘 신메뉴를 선보여 왔다. 2016년 여름 한정 ‘문경 오미자 피지오’를 출시한 것을 계기로, ‘이천 햅쌀 라테’, ‘공주 보늬 밤 라테’, ‘옥천 단호박 라테’ 등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상품을 공개했다. 스타벅스는 2022년 동반성장위원회 등과 상생 협약을 맺은 뒤 일명 ‘지역 상생 음료’를 꾸준히 개발 중이다. 스타벅스 음료팀 차원에서 지역 특산품을 활용해 레시피를 만들면 본사를 통해 원·부재료를 전달받은 지역 소상공인들이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류 전문기업 보해양조는 지난 4월 전남 완도군과 손잡고 특산품 다시마를 활용한 소주 ‘다시, 마주’를 선보였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해조류를 활용한 소주는 세계 최초”라며 “지역 사회와 함께 상생·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롯데웰푸드도 경남 남해군과 협력해 지난 4월 한정판으로 ‘남해 유자 빼빼로’를 출시했다. 제품 홍보를 위해 공동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도 운영했다.
업계는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로코노미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단순히 이색적이고 차별화된 경험 소비가 아니라 ‘착한 소비’, ‘윤리 소비’를 지향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난 만큼, 이를 추구하면서도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도모할 수 있는 소비문화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지역성을 하나의 개성으로 인식하는 성향이 커졌다”며 “지역 소멸 위기에서 본인의 소비가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것에 효능감을 느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도 지역 생산자와의 관계에서 선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역 농가와 기업 간 경제 활성화 고리를 형성할 뿐 아니라 한 지역의 고유 특산물, 문화, 가치 등을 전국으로 알릴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착한 소비 트렌드에 잘 맞는다”며 “지자체-소비자-기업 간 새로운 로컬 콘텐츠 발굴 등 로코노미 움직임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