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명주 우량예(五糧液)를 만드는 우량예그룹이 고량주를 활용해 만든 하이볼인 우량하이볼을 출시해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다. 감소세인 중국 내 백주 소비량에 대응하는 동시에 성장세인 국내 주류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기 위해서다.
14일 사천성 의빈 우량예그룹 수출입 유한공사는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우량하이볼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조경 우량예그룹 부장은 “우량하이볼은 백주를 음용하는 방식에 파격을 선사할 것”이라며 “저도수의 RTD(즉석 음용) 제품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명나라부터 전해 내려와 약 650년의 역사를 갖는 우량예가 하이볼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량하이볼 국내 총판을 맡은 황진욱 링크앤코퍼레이션 대표는 “우량예에 하이볼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해 1년의 개발 끝에 만들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처음 제안했을 당시 백주를 활용한 하이볼에 대해서는 우량예 그룹에서도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관계자들과의 회의 자리에 칵테일 제조를 위한 도구와 탄산수를 챙겨가 직접 한 잔씩 만들어 주면서 설득해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량예 그룹은 중국 내 백주 소비량이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과 일본·미국 등 해외에서 하드셀처(Hard Seltzer·하이볼과 같이 탄산수에 알코올과 과일 향 등을 첨가한 주류) 시장이 성장하는 점을 고려해 제품 출시를 결정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6년 13억600만리터(ℓ)를 기록한 중국의 백주 소비량은 이듬해부터 감소해 2020년에는 7억7100만ℓ로 41%가 줄었다. 와인·맥주 등의 소비가 늘면서 60%대였던 백주 시장 점유율도 49%로 감소했다. 와인(30%)·맥주(17%)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일본의 하드셀처 시장은 2010년 판매량이 1억1330만 상자였으나, 2022년 2억9638만 상자로 162% 증가했다. 특히 알코올 도수 7도 이상 제품의 판매량은 2692만 상자에서 1억5272만 상자로 467% 늘었다. 미국의 하드셀처 시장 역시 2016년 4100만 달러 규모에서 2021년 25억 달러로 증가했다.
황 대표는 “우량예 그룹이 하이볼 개발 제안을 수락한 것은 주류 시장 추세가 젊은 세대의 저도수 주류 선호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고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라며 “우량하이볼을 통해 젊은 세대가 우량예를 경험하고, 나아가 우량예 일반 제품도 소비하게 할 계획”이라고 했다.
◇ 시총 101조 中 기업 우량예 韓서 신제품 출시
우량예 그룹은 중국 본토가 아닌 한국에서 처음으로 우량하이볼을 출시했다. 시가총액 101조에 달하는 중국 기업이 신제품 출시 대상지를 자국이 아닌 한국으로 정한 것이다. 황 대표는 이에 대해 “이제 막 하이볼 시장이 성장하는 한국에서 먼저 운영 경험을 쌓고 중국에서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하드셀처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2022년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주류 트렌드 조사에서 하이볼 등 믹스주가 5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하드셀처에 해당하는 리큐르 기타 품목의 수입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2015년 6715톤(t)을 기록한 리큐르 기타 수입 중량은 지난해 1만1987t으로 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 금액은 1934만달러에서 3121만달러로 61% 늘었다.
하드셀처의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의 관련 매출도 증가세다. CU의 지난해 하드셀처 매출은 전년 대비 554% 증가했고, 올해도 5월까지 93% 늘었다. 지난해부터 하드셀처 상품을 판매한 GS25의 올해 5월까지 관련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의 관련 매출은 9.5배, 이마트24는 8배 늘었다.
우량예는 국내 백주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는 점도 고려해 우량하이볼의 국내 선출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백주 수입량은 2015년 6810t에서 지난해 7667t으로 1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 금액은 671만 달러에서 1770만 달러로 164% 증가했다.
우량하이볼은 젊은 세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편의점 판매를 시작으로 판매처를 확대할 방침이다. 오는 20일부터는 전국 GS25와 GS프레시에서 판매를 시작하고, 다음 달부터는 이마트24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오는 16일까지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팝업 매장도 운영할 계획이다.
황 대표는 “초도 물량으로 50만 캔이 국내에 들어온 상태”라며 “다양한 곳에서 소비자들이 즐기실 수 있도록 마라탕 등 외식 프랜차이즈 매장 등을 상대로도 판매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