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비(Calbee)는 일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국민 기업 중 하나다. 1949년 설립 이후 우리에게도 친숙한 새우 맛 과자나 감자칩 등을 제조·판매하면서 일본 과자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건강과는 거리가 먼 군것질거리인 과자를 만드는 회사지만, 가루비는 최근 사업 다각화를 목적으로 ‘건강’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3년간의 준비 끝에 소비자의 장내 환경에 맞춰 건강기능식품이 첨가된 그래놀라를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오오츠카 류우타(大塚 竜太) 가루비 식품건강사업추진 부장. /조선비즈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오오츠카 류우타(大塚 竜太) 가루비 식품건강사업추진 부장은 가루비의 식품건강사업에 대해 “회사의 성장 전략에 따른 신사업 중 하나로, 기존 사업 부문에서 강점이 있는 그래놀라에 연구·개발 능력을 더해 시작하게 된 것”이라면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상태를 알지 못하여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병을 앓는데, 이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2030년까지 회사의 전체 매출 가운데 약 5%를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한 신사업으로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도 했다. 가루비가 최근 5년간 보여준 연평균 매출 성장률(4.3%) 대로 매출이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2030년에는 약 195억엔(1706억원)의 매출을 신규 사업에서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가루비의 신사업 가운데 한 축을 맡고 있는 것이 바디(보디) 그래놀라다. 바디 그래놀라는 가루비가 진단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과 협업해 2020년부터 개발한 제품이다. 고객의 장내 세균총에 맞는 기능식품을 그래놀라에 더한 것으로, 가루비의 연구 개발 능력을 토대로 사람들의 장내 세균총에 적합한 6가지 성분·식품을 찾아내 제공하고 있다.

그 6가지는 이눌린과 저항성 전분, 슈퍼 보리, 프락토올리고당, 갈락토올리고당, 하이 카카오다. 이눌린은 콜레스테롤 조절과 식후혈당상승억제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고, 저항성 전분은 지방 분해 촉진과 혈당 관리, 인슐린 저항성 개선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분이다.

슈퍼보리는 일반 보리에 비해 섬유소가 높으며, 장내 유익균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발효성 섬유소를 포함하고 있다. 프락토올리고당은 원활한 배변 활동에 도움이 된다. 갈락토올리고당은 장내 유익균 증식과 유해균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하이 카카오에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가루비의 바디 그래놀라 검체 키트. /양범수 기자

가루비는 고객의 장내 세균총 검사 결과에 맞춰 이들 성분을 담은 그래놀라를 추천하고 있다. 바디 그래놀라 서비스를 구독한 고객들은 가루비로부터 장내 세균총 검사를 위한 검체 키트를 받게 되는데, 키트에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 진단 키트와 유사하게 면봉·약물 등이 들어있다.

이를 받은 고객은 면봉으로 자신의 변을 채취해 약품에 담근 뒤 우편으로 가루비에 보내면 된다. 간단한 검사지만 가루비는 고객의 장내 유익균 가운데 주된 개체 6개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57개의 장내 세균총 타입 중 고객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알려준다.

기준이 되는 장내 세균 6개는 박테로이데스, 루미노코쿠스, 프레보텔라, 비피더스균, 페칼리박테리움, 블라우티아 등이다. 오오츠카 부장은 “이들 장내 세균은 각각이 선호하는 성분이 있다”면서 “고객들은 각자의 장내 세균총이 선호하는 성분을 받아 그래놀라에 토핑처럼 첨가해 섭취해 장내 유익균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루비는 지난해 4월 서비스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약 1만 명의 서비스 구독자를 확보했다. 각자의 장내 세균총을 파악하기 위한 진단검사 비용이 약 9만원, 바디 그래놀라의 월 정기(20식 기준) 구독료는 약 4만원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진단검사 키트 판매 매출이 최소 9억원 이상 발생했으며, 그래놀라는 매월 4억원가량이 팔리는 셈이다.

오오츠카 부장은 “서비스를 이용 중인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약사법 등으로 인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바디 그래놀라의 성분들은 장내 유익균의 활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성분들로 고객이 활력을 찾게 하고 수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오오츠카 부장은 또 “아직은 가루비의 매출 대부분이 감자칩과 같은 스낵 판매에서 나오지만, 바디 그래놀라와 같은 신사업 규모도 계속 늘려갈 것”이라면서 “그래놀라 사업 부서의 규모도 계속 커져 초기에는 내가 혼자 담당했으나 현재는 마케팅 등의 조직이 붙어 6명으로 늘어난 상태”라고 했다. 가루비는 바디 그래놀라 사업을 일본을 넘어 한국을 비롯한 해외로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가루비는 지난해 연결 기준 2조6698억원(3030억2700만엔)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2437억원(276억6400만엔)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8.5%, 22.8% 증가한 수치다. 오오츠카 부장은 “향후에는 장내 세균총 외에도 다른 개인적인 건강 특성을 활용한 맞춤형 건강식품을 만들 것”이라며 “사람들이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건강 수명을 더 늘려 우리 감자칩도 평생에 걸쳐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다.

가루비의 바디 그래놀라 제품들. /가루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