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더위에 여름 라면 대표 주자인 비빔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비빔면은 통 추위가 풀리는 3월부터 소비가 증가하기 시작해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7~8월에 최고조에 달한다. 주요 업체들은 6월 초여름 무렵부터 시장 선점을 위해 마케팅 전쟁에 한창이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4년 700억원에 채 못 미치던 비빔면 시장 규모는 2022년 1500억원으로 커졌다. 지난해에는 1800억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 전체 라면 시장 규모가 2조원에 머무는 가운데, 비빔면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다.

올해 비빔면 업계는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고 인지도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용기면(컵라면) 제품을 확대하고, 다양한 맛으로 변주(變奏)해 선택권을 넓혔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비빔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 점유율 1위 팔도비빔면은 올해 출시 40주년을 맞았다. 40년간 누적 판매량은 올해 2월 기준 18억 개를 넘어섰다. 닐슨데이터에 따르면 팔도는 국내 비빔면 점유율 53%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뒤를 농심(19%)과 오뚜기(11%)가 추격하는 모양새다.

팔도는 올해 봄 일찍부터 새로운 맛을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딸기비빔면과 마라왕비빔면이다. 딸기비빔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를 얻었던 만우절 거짓말을 현실화한 제품이다. 마라왕 비빔면은 올해 초 출시했던 킹뚜껑 마라맛 한정판 70만 개가 1개월 만에 다 팔리자 나온 자매품이다.

팔도는 한정판과 별도로 40주년을 맞아 다른 회사와도 손을 잡았다. 팔도는 최근 샌드위치 전문 브랜드 홍루이젠과 함께 팔도 비빔샌드를 선보였다. GS리테일과는 틈새라면과 팔도비빔면을 섞은 틈새비빔면을 출시했다.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농심은 작년 20%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선전한 배홍동 브랜드를 앞세웠다.

2021년 첫선을 보인 비빔면 브랜드 배홍동은 지난해 매출액 330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보다 32% 성장한 수치다. 농심은 올해 용기면 형태 신제품 배홍동 큰사발면을 출시하면서 기존 비빔면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브랜드 모델로 활동했던 가수 화사를 배우 이제훈으로 바꿨다.

2020년 3월 출시한 오뚜기 진비빔면은 출시 3개월 만에 3000만 개 이상 팔리면서 비빔면 시장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후 매출액 기준 2021년 125억원, 2022년 123억원, 지난해 130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오뚜기 역시 올해 진비빔면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진비빔면을 용기면으로 출시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층에서 비빔면을 냄비에 끓여 먹기보다 집에서도 용기면으로 먹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반면 삼양심품은 1991년 출시한 열무비빔면을 올해 생산 중단하기로 했다. 불닭볶음면 브랜드를 중심으로 기존 제품에 해당하는 삼양라면과 맵탱 등에 집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내년에 열무비빔면을 다시 출시할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지형 한양여대 외식산업과 교수는 “점유율만 놓고 보면 비빔면을 만드는 주요 제조사 사이 격차가 커 보이지만, 전체 시장 규모가 1800억원 대기 때문에 한번 히트 상품이 떠오르면 시장 판도가 뒤바뀔 여지가 충분하다”며 “상품 특성상 입맛이 예민한 젊은 소비자층과 오랫동안 비빔면을 즐긴 중년층 이상 소비자를 동시에 공략해야 해 각 사 마케팅 역량이 다른 라면 제품에 비해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