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은 와인이지만, 향수와 훨씬 더 가깝습니다. 난 향수를 바꾸지 않습니다. 같은 향수를 쓰면 그게 바로 나죠.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줍니다. 좋아하는 샴페인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라이프스타일이자 자신의 일부가 됩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나탈리 브랑켄 샴페인 하우스 ‘브랑켄 포므리 모노폴’ 공동 소유주는 이같이 말했다. 브랑켄 포므리 모노폴은 모엣 샹동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샴페인 브랜드다.
그는 “샴페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소중한 순간을 완성하는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샴페인이 단순히 맛으로만 즐기는 술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브랑켄 여사에게 샴페인은 개개인 정체성을 드러내는 라이프스타일 요소이자, 본인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마치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이 샘솟듯, 샴페인 또한 특별한 순간에 꼭 필요한 즐거움을 선사한다고 브랑켄 여사는 강조했다.
여사 이름을 딴 브랜드 브랑켄은 남다른 개성으로 샴페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40년 이상 사랑을 받고 있다. 브랑켄은 평론가들 사이에서 우아한 향과 섬세한 기포, 풍부한 맛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5년 처음 출시한 ‘데모아젤’은 이 브랜드를 상징하는 샴페인이다.
그는 “1985년 데모아젤을 출시할 당시만 해도 모든 샴페인 병은 생김새가 똑같았다. 지금은 병 모양을 강조한 다른 경쟁 제품들이 많이 생겼지만, 1985년 병 모양으로 샴페인 맛을 표현한 첫 번째 제품이 바로 데모아젤”이라고 했다.
데모아젤은 40년 전 1985년 당시로선 파격적인 제품이었다.
기존 샴페인은 보통 식사 후 디저트와 함께 마시는 경우가 잦았다. 데모아젤은 샤르도네라는 포도 품종 사용량을 80%로 높여 산뜻한 풍미와 우아함을 강조했다. 그 결과 디저트뿐 아니라 본격적으로 음식을 먹기 전에 마시는 식전주로 자리를 꿰찼다.
데모아젤은 첫 모금에 과일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곧이어 깊고 풍부한 맛이 입안을 채운다. 부드러운 기포가 목 넘김을 더욱 편안하게 해주는 동시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화이트 와인에 가까운 깔끔함과 풍미를 살려 식전주로 즐기기 좋다고 와인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브랑켄 여사는 남다른 맛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병 모양을 새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샴페인이 단순히 술을 넘어 예술 작품과 같은 반열에 올라야 한다고 여겼다. 데모아젤 병 역시 브랑켄 여사가 심취했던 19세기 아르누보(Art Nouveau) 양식을 접목해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는 “아르누보 예술가들은 일본 예술에서 영감을 받아 꽃과 나무 같은 자연물을 소재로 많이 사용했다. 우리도 그런 아름다움을 샴페인에 담아내려 했다”며 “예술적으로 디자인한 제품을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했다.
데모아젤이 성공하자 브랑켄 여사는 2012년 ‘파리지엔’이라는 새 샴페인을 선보였다.
그는 “파리지엔은 파리에서 태어난 나를 위해 남편이 만든 샴페인”이라며 “데모아젤이 세상 모든 여성에게 바치는 헌사였다면, 파리지엔은 바로 나 자신을 담은 샴페인”이라고 했다.
브랑켄 여사는 샴페인을 고지식하게 즐기는 태도를 경계했다.
그는 “샴페인은 다른 와인보다 비싼 제품이 맞다. 사람들이 샴페인을 살 때는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여기에 샴페인 따르는 방법, 온도, 잔 등까지 다 신경 쓰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샴페인을 편하게 즐기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브랑켄 여사는 샴페인을 즐기는 데에는 정답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로지 취향에 맞는 브랜드와 제품을 찾는 것, 그리고 저마다 좋아하는 방식으로 특별한 순간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가 한국에 늦게 온 건 한국 시장을 위한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소비자와 소통할 준비가 끝났다”며 “한국 샴페인 애호가 분들이 브랑켄과 함께 인생에서 특별한 순간을 누리시길 바란다. 우리는 단순히 샴페인을 파는 게 아니라, 추억을 선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