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시부야구 하라주쿠 거리에 한국풍 디저트를 파는 ‘가나초콜릿하우스’ 팝업스토어(임시 매장)가 문을 열었다.

지난 23일 개장한 이 매장은 가나초콜릿의 일본 출시 60주년을 맞아 한일 롯데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시장에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한일 통합경영 체제인 ‘원 롯데’(One LOTTE·하나의 롯데) 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도쿄 가나초콜릿하우스 팝업스토어에서 선보인 디저트. 가나초콜릿과 한국의 약과를 조합해 개발한 메뉴다. /일본 롯데

도쿄 가나초콜릿 팝업스토어는 ‘사계(四季)’를 주제로 일본 유명 치즈 케이크 전문점 ‘A WORKS’와 협업해 한국의 전통 과자인 약과와 초콜릿을 조합한 신메뉴를 선보였다. 방문객이 자신만의 약과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 이벤트도 마련했는데, 매장 밖에 대기 줄이 세워질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 롯데는 “일본에서 60주년을 맞은 가나와 예전부터 한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약과를 조합해 ‘Ghana meets 약과’를 주제로 메뉴를 선보였다”면서 “한국을 필두로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뉴트로 문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번 도쿄 팝업은 한국 롯데웰푸드의 지식재산권(IP)을 일본 롯데가 가져가서 현지에서 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 일본 도쿄 시부야구 하라주쿠 거리에 문을 연 '가나초콜릿하우스' 팝업스토어. /일본 롯데

롯데웰푸드(280360)는 지난 2022년 4월 성수동에서 가나초콜릿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첫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당시 유명 파티시에, 바리스타와 함께 초콜릿 디저트와 음료를 만들고 한정판 기념품(굿즈)을 내놨는데, 연장 운영을 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40여 일간 1만 명이 방문한 이 매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004990) 미래성장실장(전무)이 다녀갈 만큼 그룹 내에서 관심을 모았다. 지난달 9일부터 이달 7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에도 9일간 9000명의 인파가 방문했다.

사측에 따르면 일본에서 제과사업을 하는 일본 롯데는 한국의 가나초콜릿 팝업스토어를 유심히 보고, 한국 카페 문화를 주제로 한 매장을 기획했다. 메뉴 개발 과정에서도 약과, 크로플, 소금빵 등의 후보군 중 가장 한국적인 색채가 강한 약과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초콜릿을 간식이 아니라 성인의 디저트로 소비하도록 제품을 고급화하는 과정에서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는데, 일본에서도 해당 마케팅을 눈여겨 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롯데웰푸드가 지난달 9일 서울 성수동에 개점한 팝업스토어 '가나초콜릿하우스 시즌3'. /롯데웰푸드

업계에선 한일 롯데그룹의 연계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동빈 회장이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직을 겸직한 후 한일 통합경영 전략이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이 ‘원 롯데’ 전략을 추진하는 이유는 한일 롯데의 지배구조가 복합하게 얽혀있어서다.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는 일본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롯데는 2015년부터 일본과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수 차례 추진했으나, 대내외적 악재에 부딪혀 현재까지 연기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안정적으로 롯데그룹을 지배하기 위해선 한일 롯데 양측이 한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

롯데그룹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과 한국의 매출 규모가 비슷했지만, 이후 실적이 크게 벌어졌다. 일본은 연간 3조~4조원의 매출을 내는 반면, 한국은 매출 80조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와 관련 다마쓰카 겐이치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 기술(IT) 전시회 CES에서 “한일 롯데그룹 간 연계 강화로 일본 매출액을 2배 올려 6000억엔(약 5조5000억원) 규모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베트남에선 한국 유통이나 소매가 강하지만, 일본 과자 사업과 연계하고 있지 않아 아쉽다”면서 “한국 롯데그룹이 가진 해외 판로를 활용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일본 롯데의 기업공개(IPO)에 대해서는 “과자 회사만으론 IPO를 해도 이득을 보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과 협업을 포함해 몇 가지 성장 전략을 굳힌 후 생각해 보겠다”라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일본 롯데는 가정간편식(HMR)과 바이오 의약품, 메타버스 등의 신사업을 위한 한일 교류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