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2년 동안 급성장했던 우리나라 주요 와인 수입사들의 성장세가 지난해 눈에 띄게 하락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주요 수입사 모두 한자리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효율과 수익 중심의 경영을 하는 데 실패하면서 나타난 것이라며 비용구조를 최적화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나라 와인 수입사 매출 1위인 신세계엘앤비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 1806억원, 영업이익 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2021년보다 12.5% 줄었고 영업이익은 94% 가량 줄었다.

와인 수입사는 다른 나라에서 와인을 가져다 이윤을 붙여 판다. 자연히 경영지표 가운데 ‘매출 원가율’이 핵심 부문에 해당한다. 이 지표는 와인 수입사가 어떤 와인을, 얼마나 효율적인 방법으로 들여와 팔았는지 보여준다.

신세계엘앤비는 매출원가율이 2021년 56%에서 지난해 62%로 2년 새 6%포인트(P) 증가했다. 매출원가에는 물류비와 환율상승분이 들어 간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수입 관련 비용이 늘면서 매출원가율이 따라 오른 탓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손민균

2위 금양인터내셔날 역시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나란히 큰 폭으로 줄었다.

다만 금양인터내셔날은 매출원가율을 낮춰 주요 와인 수입사 가운데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 2022년 48%였던 금양인터내셔날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51%로 3%P 올랐다.

그럼에도 외부 감사 대상에 속하는 주요 와인수입사 가운데 매출원가율이 50% 초반대에 그친 곳은 금양인터내셔날이 유일했다.

금양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위스키나 소주 같은 여러 주류를 취급하는 경쟁사와 달리 금양인터내셔날은 경쟁력과 전문성을 가진 와인시장에만 집중했다”며 “프리미엄 와인을 찾는 소비자층이 늘어났다고 판단해 샴페인 브랜드 브랑켄, 쉐넌 패밀리 같은 프리미엄 와인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3위를 기록한 아영FBC는 매출액 1067억원, 영업이익 3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021년 11%에서 지난해 3%로 하락했다.

지난해 상장에 성공한 나라셀라(405920)는 매출액 85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억원에 그쳤다. 이전해보다 98%가 감소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두자릿 수를 넘겼지만, 지난해 0.2%에 그쳤다.

레뱅, CSR 등과 5위권을 기록하던 신동와인은 지난해 매출이 2022년보다 15% 줄었다.

한국소믈리에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와인 시장이 침체하는 와중에도 나라셀라 와인픽스, 신세계엘앤비 와인앤모어, 아영FBC 와인나라 같은 직영 와인 전문 판매 채널은 늘어났다”며 “수입사가 이런 직영 판매점에 와인을 공급하는 경우 매출로 잡히지만, 아무래도 다른 공급채널보다 저렴하게 와인을 공급해야 하니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 각종 판매관리비에 해당하는 홍보 관련 비용과 인건비가 대폭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수입사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수입사들은 ‘일단 있는 것부터 팔자’는 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지난해 아영FBC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수입사들은 모두 재고자산이 줄었다. 보유한 상품, 해외에 주문했지만 아직 국내에 도착하지 않은 미착품이 한꺼번에 감소했다. 창고에 쌓아둔 상품을 먼저 팔고, 유통할 물량은 적게 받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일부 와인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주요 수입사가 재고자산을 어느 정도 소진할 때까지 국내 와인업계에 한기가 돌 것으로 내다봤다.

수익성이 좋은 다른 사업에 손을 뻗은 수입사도 있다. 나라셀라는 전통 소주를 직접 만들기 위해 지난 27일 열린 제3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주류 제조업을 추가했다. 신세계엘앤비는 최근 주류 전문 매장 와인앤모어를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아영FBC 관계자는 “와인 수요가 줄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실질적인 프리미엄 소비자가 늘었다”며 “올해 와인을 한 잔씩 파는 ‘바이 더 글라스(By the Glass)’ 시장을 공략해 유통시장에 새로운 프리미엄 와인 판로를 만들고, 소비자 경험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