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개발 과정에서 한 번 시식회를 하면 보통 10종을 놓고 진행해요. 물론 한 조각씩 먹는 셈이지만 매일 같이 시식회를 하니까 셀 수도 없이 많은 치킨을 먹은 셈이죠. 저희끼리는 닭을 위한 위령비를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했어요.”

지난 21일 경기 수원시 CJ제일제당의 연구개발(R&D) 센터 블라썸파크에서 만난 김성희 CJ제일제당 프로즌 스낵팀 수석연구원은 ‘고메 소바바치킨’ 개발 과정을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고메 소바바치킨을 개발한 CJ제일제당 프로즌 스낵팀. 왼쪽부터 한재휘 연구원, 김지민 연구원, 김성희 수석연구원, 류동걸 연구원, 백승욱 연구원.

고메 소바바치킨은 CJ제일제당(097950)이 2020년 ‘프라잉(Frying) 제품 프로젝트’로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4월 출시한 냉동 치킨 제품이다. 작년말 누적 매출 500억원을 달성하면서, 기존 주력 제품인 ‘비비고 왕교자’ 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매출 기록을 세웠다.

CJ제일제당의 자사몰인 CJ더마켓을 기준으로 제품 1봉지의 정가가 1만900원인 점을 고려하면 대략 460만여개가 팔린 것으로, 하루 평균 1만6850봉지, 1분마다 11개 이상이 팔렸다.

김 수석은 소바바치킨의 성공 비결에 대해 “제품 연구뿐 아니라 마케팅과 생산 등 유관 부서 모두가 한 팀으로 뭉쳐 소비자 인지도를 높인 덕분”이라고 했지만, 소바바치킨의 핵심은 ‘기술력’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집중했던 것은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한 식감을 냉동 치킨 제품에서도 살리는 것”이라면서 “닭고기가 다리나 가슴 등 부위별로 다른 식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최대한 쫄깃하고 촉촉한 식감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염지, 배터믹스(튀김옷), 소스, 열처리 등 모든 분야에서 개발에 몰두했다는 것이 김 수석의 설명이다.

CJ제일제당의 고메 소바바치킨 소이허니 순살. /CJ제일제당 제공

소스를 담당했던 김지민 연구원은 “한번 조리되어 냉동된 제품을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로 다시 조리하게 되기 때문에 고온의 재조리 과정에서도 소스가 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면서 “소스를 개발하는 데만 2년이 넘게 공을 들였다”고 했다.

이들은 소스가 타지 않도록 하는 배합비뿐만 아니라 치킨의 모든 조각에 얇고 균일하게 도포하기 위한 설비도 도입했다. 시판되는 냉동 치킨 제품이 소스와 치킨을 별도로 동봉하고 있어 먹는 데 불편함이 있던 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개발진은 소스 뿐만 아니라 염지 역시 닭의 부위별로 염지액을 맞춤 개발했고, 배터믹스 역시 소비자가 집에서 조리하더라도 바삭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배합비를 고민했다.

이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대량 조리 과정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현장 테스트에 집중했다. 실험실에서 진행하는 그램(g) 단위의 생산 결과가 톤(t) 단위로 생산하는 결과와 같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한재휘 연구원은 “개발을 마치고 출시 직전 3개월 간은 현장 테스트에 몰입했다”면서 “수 많은 조건을 배합한 번호를 들고 현장에서 테스트를 하게 되면 계속 테스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공장 밖으로 나오기가 어렵다. 한 번 현장 테스트를 하면, 나흘 동안은 공장에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밤낮으로 시험에 매달렸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은 소바바치킨이 이처럼 많은 노력을 거쳐 내놓은 제품이지만 ‘시장 환경’도 제품 성공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는 “2020년 이후 에어프라이어가 널리 보급된 것도 하나의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개발자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가정의 조리 도구가 뒷받침 되지 못해 제품 품질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설계한 대로 소비자분들이 느낄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소바바치킨의 성공으로 개발팀은 현재 8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전사에서 한 그룹을 선정하는 ‘CJ 어워즈’를 받기도 했다. 지난 18일에는 ‘소이허니맛’에 이은 두 번째 소바바치킨 제품 ‘양념맛’을 출시했고, 치킨을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김 수석은 “소바바치킨이 국내에서 성공을 거뒀으니 이제 글로벌 시장도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전 세계인들에게 K-치킨을 알리고, 한국의 냉동 치킨 제품도 괜찮은 제품이라고 인정받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