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고 만두는 2013년 출시된 후 국내 냉동만두 시장에서 10년 넘게 정상을 지키고 있다.

2023년 기준 비비고 만두의 한국 냉동 만두시장 점유율은 45.7%다. 누적 매출은 5조원, 전세계 연매출은 2020년 기준 1조원을 돌파했다.

만두 인기에 힘입어 비비고 브랜드 매출은 지난해 기준 2조원을 돌파했다. 전체 매출 중 약 3분의 1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CJ제일제당은 2020년 이후 비비고 만두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의 인기 비결을 ‘맛’으로 꼽는다. 기존 냉동만두와는 다르게 ‘담백하면서도 물리지 않는 만두’, ‘집에서 만든 만두처럼 씹는 느낌이 풍부한 만두’를 만든 것이 비법이라는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비비고는 비빔밥에서 이름을 따온 브랜드로 당초 한식 패스트푸드 외식 브랜드로 시작됐다. 한국을 넘어 중국과 미국 등에도 가게를 출점했지만 단기간에 사업 한계에 부딪혔다.

하지만 뜻밖에도 비비고 브랜드의 냉동만두 등 가정간편식(HMR)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비비고는 한식 간편식 시장의 최강자로 거듭났다.

◇ ‘깍둑썰기’로 국내 시장 사로잡아...만두 시장 포화는 한계

냉동만두 대역전극은 비비고 왕교자로부터 시작됐다. 이는 조선 후기 궁중 요리인 미만두(규아상)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냉동만두 후발주자임에도 2014년에 기존 업계 1위였던 해태 고향만두를 따돌렸다.

고향만두 등 기존의 냉동만두는 일반적으로 고기, 채소 등을 갈아 만두소를 만든 제품이다. 하지만 비비고 왕교자는 재료의 식감을 해치지 않기 위해 고기, 야채 등의 재료를 육면체로 잘라 ‘깍둑썰기’했다. 이 방법은 재료를 육입자 형태로 만들어 식감은 물론 수분이 날아가는 걸 막아준다. 단, 고기·채소 등 각각의 재료에 맞는 크기로 썰어야 씹는 맛을 극대화할 수 있다.

재료가 큼직해도 만두 크기가 작으면 풍성한 맛을 느끼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비비고 만두는 13.5g에서 25g을 거쳐 35g으로 만두의 크기를 키웠다. 경쟁 제품인 고향만두 1개(13g) 중량의 세 배에 가깝다. 늘어난 중량에 맞춰 만두 속도 세 배를 넣었다. 만두피 역시 CJ제일제당이 자체 개발한 왕교자 전용분을 이용해 제면하는 식감을 냈다.

소비자들은 어떤 재료가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식감을 가진 만두에 열광했다. 비비고 만두는 출시 약 1년 만인 2014년 국내 시장 점유율 40%를 넘기며 1위를 차지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에는 ‘비비고 수제만둣집 만두’ 등으로 고급화를 시도했다. 2021년에는 식물성 만두를 출시했고, 2023년엔 ‘비비고 통새우만두’를 내놨다.

국내 냉동만두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점은 해결과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링크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냉동만두의 소매점 매출 총액은 4703억원으로 최고조였던 2020년(5886억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하림·청정원 등 후발주자 공습도 거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넥스트 비비고 만두를 찾기 위해 연구개발을 꾸준히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 美에서도 1위… ‘Mandu’ 통했다

비비고 만두의 성과는 해외에서도 괄목할 수준이다. 해외 진출의 교두보가 된 미국에서는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덤플링(Dumpling)‘ 대신 ‘만두(Mandu)’라는 이름으로 2011년부터 진출했다. 출시 초기부터 대형마트 코스트코에 진입해 대중적인 제품이 됐다. 제품도 현지화해 고수를 넣은 만두를 판매하고, 돼지고기 대신 미국인이 선호하는 닭고기를 썼다.

마케팅에도 각별한 노력을 쏟았다. 뉴욕에서 ‘비비고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세계 유명 선수들이 참여하는 골프 대회 ‘더CJ컵’ , 초대형 케이팝 콘서트 행사인 ‘KCON’ 등에 비비고 제품을 꾸준히 후원하고 광고하며 인지도를 높여갔다.

CJ제일제당이 냉동 만두를 해외 진출 대표 상품으로 선정한 것은 만두가 다양한 국가에서 거부감 없이 받아 들여질 수 있는 품목이라고 판단해서다.

만두는 고기와 채소 등으로 다진 만두소를 밀가루로 만든 피에 싸먹는 음식이다. 멕시코의 전통 음식인 타코, 일본의 교자 등 많은 국가에서 비슷한 형태의 음식이 존재한다.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비비고 만두의 2023년 1분기 북미 시장 점유율은 48%에 달한다. 25년 동안 시장 1위를 차지하던 일본 아지노모토 냉동만두인 링링만두를 밀어내고 2016년부터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여기엔 특히 CJ제일제당이 2019년 2조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의 냉동식품 가공업체인 슈완스컴퍼니와의 시너지 효과가 주효했다.

슈완스의 유통망을 흡수하면서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3만 개 이상 점포에 비비고를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중국과 유럽 등에서도 국가별로 가진 식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고려해 시장에 진입하는 ‘현지화 전략’을 세웠다.

현지식에 기반한 재료를 활용한 제품에 더해 만두피부터 만두소까지 신선하면서도 다양한 조리가 가능한 ‘한국식 만두’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알렸다. 현지 주요 채널에서의 소비자 호응과 K푸드 인기 등에 힘입어 비비고 만두의 해외 매출은 6700억원(2020년 기준)을 넘겼다. 일본과 베트남에도 현지 생산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 성공을 발판 삼아 비비고를 한국 식문화 대표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한식 불모지로 여겨진 서유럽과 무슬림 인구를 겨냥한 할랄 시장 개척 등을 목표로 ‘신영토 확장’에 나선다.

특히 떡볶이·핫도그·김밥·김말이·붕어빵·호떡의 6대 제품을 K-스트리트 푸드(K-Street Food) 전략 품목으로 선정하고 신세품을 출시하고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비비고 브랜드는 다양한 한식을 소개하고 있지만, 막상 한국 재료 활용에 있어서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면서 “각국의 식품 및 수출 규제 등이 다르지만, 앞으로 비비고 제품에도 한국의 현지 재료들을 활용할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