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상장 1호’ 제주맥주(276730)가 새 주인에게 팔렸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제주맥주 최대 주주 엠비에이치홀딩스와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이사가 보유한 주식 864만주와 경영권을 101억5600만원에 더블에이치엠에 매각하기로 했다. 더블에이치엠은 제주맥주 주식 1주당 1175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제주맥주는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2021년 코스닥에 상장한 회사다. 그동안 ‘펠롱에일’ 같은 제품으로 수제맥주 업계에서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몇 년 동안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주가가 계속 떨어져 결국 회사를 매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주맥주 최대주주 엠비에이치홀딩스는 2015년 문혁기 대표이사와 브루클린 브루어리가 함께 만든 회사다. 현재 문 대표와 문 대표 부친 문성근씨가 지분 66% 정도를 들고 있다. 이번 매각을 마무리하면 이들은 최소 67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챙길 수 있다. 처음 투자했던 자본금 2억원보다 30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이날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에서 제주맥주 주가는 하한가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전날 1503원이었던 주가는 이날 21.5% 내린 1180원에 마감했다.
2021년 5월 26일 상장 직후 기록한 고점 6040원에 비하면 80% 떨어진 수준이다. 상장 당시 공모가(3200원)에도 비해도 3분의 1 수준이다.
문 대표이사는 매각으로 목돈을 손에 쥐게 됐지만 제주맥주에 투자한 소액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게 됐다.
제주맥주는 지난해에 224억원 매출을 올렸지만 그 절반에 가까운 109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영업손실 규모는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100억 원을 넘겼고, 지난해 매출도 전년보다 6.2% 감소했다. 인수·합병을 통해 반전을 꾀하려 했지만 번번히 무위로 돌아갔다.
제주맥주는 상장 당시 ‘사상 첫 수제맥주 상장사’란 기대를 받으며 이른바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 특례)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테슬라 요건은 적자 기업이더라도 미래 성장성이 크다면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적자에도 불구하고 나스닥에 입성해 현재 자동차 회사 중 최대 시가총액 업체로 성장한 사례를 국내에 적용해 만들었다.
테슬라 요건 특례 상장 업체는 다른 일반 상장사와 달리 ‘매출액 미달’, ‘5개년도 영업적자’, 자본잠식’ 등 여러 상장폐지 규정에서 일부 예외를 인정받는 특혜를 받는다. 제주맥주는 맥주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이 특례 제도로 상장한 회사다.
문혁기 대표이사는 2021년 기업공개(IPO) 당시 ‘앞으로 3년 동안 45% 이상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상장 직후 2021년 첫 영업이익을 실현하고 2023년 219억원까지 흑자 규모를 늘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적자에서 한 번도 벗어나지 못하고 줄곧 손실을 냈다.
제주맥주 상장이 사실상 실패로 결론 나면서 이후 증시 상장을 꿈꾸던 다른 수제맥주 브랜드 앞길에도 암운이 드리웠다. 테슬라 요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마저 굳어지면서 앞으로 주류기업이 이 특혜를 받기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제주맥주에 이어 올해 코넥스 시장에 상장한 세븐브로이맥주는 상장 직후 5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2011년 설립된 세븐브로이맥주는 제주맥주에 이어 업계 2위 회사다.
세븐브로이맥주의 실적 역시 악화일로다. 2021년 119억원, 2022년 7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는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이 39억원으로 연간 실적 기준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홍준의 한국주류수입협회 고문은 “전체 주류 시장 규모는 유지되는 가운데 최근 하이볼을 마시는 문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맥주 대비 위스키 매출이 늘었다”며 “수제맥주가 출시 초반에는 소비자에게 신선하게 느껴졌지만, 콜라보 제품이 쏟아지면서 피로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