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097950)이 다음 달 1일부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밀가루 가격을 평균 6.6% 인하하기로 했다.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동참하기 위해 하락세인 국제 원맥 시세를 반영해 내린 결정이다.
정부는 밀가루에 그치지 않고 설탕을 비롯한 생활필수품 물가 인하를 위한 압박을 높여가고 있다.
19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가격 인하 품목은 중력 밀가루 1㎏, 2.5㎏ 제품과 부침용 밀가루 3㎏ 제품으로 모두 3종이다. CJ제일제당은 해당 제품들은 전체 B2C 판매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면서 제품별로 대형마트 정상가격 기준 3.2~10% 인하된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국제 원맥 시세를 반영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하는 차원에서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면서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가정용 밀가루 시장 점유율을 61% 기록 중인 CJ제일제당이 가격 인하를 결정하면서 다른 제분업체 역시 가격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양사·대한제분 등도 내부적으로 인하 폭 등을 논의하고 있으며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그간 국제 원맥 가격이 하락세인 점을 들며 제분 업계가 가격 인하에 나설 것을 압박해왔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3일 식품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식품업계는 국제 원재료 가격 변화를 탄력적으로 가격에 반영해 물가안정에 협조해달라”고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6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2022년 고점 대비 절반가량 하락했지만, 밀가루·식용유 등 식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18일)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를 내릴 수 있도록 농산물을 중심으로 특단의 조치를 즉각 실행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러한 기조에 맞춰 생필품 물가 인하를 위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설탕을 제조하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에 대해 담합 혐의 현장조사를 벌였다.
지난달 설탕 가격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20.3% 상승하면서 ‘슈가플레이션(설탕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설탕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면서 과자·빵·아이스크림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오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 업무 추진계획으로 국민의 경제적 부담으로 직결되는 의식주 분야에 대한 담합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 설탕 담합 조사로 이와 관련한 첫 행보를 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