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FC에서 판매하는 대표 치킨 버거인 징거버거에서 토마토가 빠졌습니다. 그런데 가격은 그대로 받고 있어 전형적인 ‘슈링크플레이션’이라는 지적이 소비자들 사이서 나오고 있습니다.

토마토가 빠진 징거버거를 보면서 소비자들은 “KFC가 주인이 바뀐 이후로 이상해지고 있다” “징거버거의 죽음이나 다름 없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30년째 이어지던 맛을 원가 절감을 이유로 바꿔버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KFC 징거버거 ./KFC 제공

11일 KFC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해 말부터 징거버거에 토마토가 들어있는 사진이 없는 사진으로 바뀌었습니다. 토마토가 빠진 것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공식화됐다는 의미죠. 가격은 여전히 징거버거 단품 기준 5500원입니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인스타그램으로 “내 후배가 하는 곳”이라며 KFC를 홍보했었죠. 여기에 한 누리꾼이 “징거버거에 토마토 다시 넣어주세요”라는 취지로 댓글을 달았습니다.

여기에 신호상 KFC 대표는 “징거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풍미를 대폭 개선하고 토마토를 제거했다. 글로벌 오리지널 레시피를 완벽하게 적용해 실망하시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원재료를 빼고 가격은 그대로 받는 전형적인 슈링크플레이션을 현란한 말로 포장해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것이란 지적입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들다’라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가격을 그대로 둔 채 중량을 줄이거나 들어갔던 원재료를 빼는 꼼수를 의미합니다.

리뉴얼 이전 징거버거./KFC 제공

징거버거와 비슷한 경쟁 버거들은 맥도날드의 맥스파이시상하이, 롯데리아의 핫크리스피버거입니다. 이들 버거에는 여전히 모두 토마토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징거버거만 홀로 토마토를 뺀 건데요.

징거버거에서 토마토가 사라진 것은 최근 토마토 가격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통계청이 지난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토마토는 전년 동기 대비 56.3%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9월 31%의 상승률을 보였던 토마토 가격은 12월 45.8%, 1월 51.9%씩 전년 대비 오르다 2월 들어 상승 폭을 확대했습니다.

게다가 앞으로의 토마토 작황도 부정적입니다. 최근 10년래 일조량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토마토를 비롯한 시설 재배 작물들이 곰팡이병에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라 농민들이 한숨짓고 있기 때문이죠.

KFC 압구정로데오점 입구./이민아 기자

이 때문일까요? 토마토를 뺀 징거버거와 KFC의 주인이 바뀐 것이 무관하지 않다는 의구심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KFC는 지난해 주인이 KG그룹에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오케스트라 프라이빗에쿼티(오케스트라PE)로 바뀌면서 신호상 전 이마트24 상무를 대표로 영입했습니다.

한국진출 40년 만에 가맹사업을 추진하면서 적극적인 매장 확장 전략을 펴고 있는데요. 그러나 소비자들 사이에선 ‘30여년간 사랑해왔던 ‘맛’이라는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고 ‘겉멋’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FC는 ‘압구정로데오점’을 지난달 열면서 ‘콜키지 프리’ 매장을 주창했습니다. 고객들이 술을 가져와서 버거, 치킨과 먹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기네스 마이크로 드래프트 기기를 매장에 설치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선보였지만, 기존 KFC 버거를 사랑했던 사람들에게는 징거버거의 토마토가 더 그리운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