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푸드테크(음식과 기술의 결합) 상장사’를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증시에 푸드테크 기업이 상장된 기업이 없는 만큼, 이들은 ‘최초’라는 칭호를 획득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푸드테크 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확대된 증거라고 분석한다. 최근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에 대형 투자를 유지한 것도 푸드테크 기업들을 바라보는 자본 시장의 시선이 변화했다는 해석이다.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전자 식권 사업과 맛집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빅데이터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식신은 ‘푸드테크 1호 상장사’를 목표로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식신은 최근 미래에셋대우증권을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사업모델 기반 특례 상장에 나선다고 밝혔다.
사업모델 특례상장은 적자 기업이더라도 성장성을 갖춘 기업을 위해 지난 2017년 신설된 제도다. 기존부터 운영되던 기술 특례 상장 제도로는 기술력 평가가 어려운 업종에 속한 기업이 증시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업계의 요구로 만들어진 제도다.
한우 푸드테크 기업인 설로인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2017년 창업한 설로인은 온라인에서 육류를 숙성부터 제조·유통하는 스타트업이다. 자체 연구·개발한 숙성·가공 기술을 활용해 육류 품질을 유지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설로인은 지난해 12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식 유동성 확대를 위한 무상증자와 액면분할 안건을 승인했다. 자본금 확충과 유통 주식 수 증가를 통해 공모, 상장 후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였다. 설로인은 지난 하반기 NH투자증권 대표 주관사 선임을 시작으로 액면분할, 무상증자, K-IFRS 전환 등 사전 정지 작업을 마무리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프리IPO를 통해 B2B(기업 대 기업)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는 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설로인은 B2C(기업 대 소비자) 플랫폼 ‘설로인’과 AI비전 기반 육류 B2B플랫폼 ‘본대로’를 보유하고 있다.
푸드테크 기업 이그니스도 2025년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하나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그니스는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였던 지난해 9월 348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화제를 모았다. 또 지난해 약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2014년 설립된 이그니스는 국내 최초로 기능성 단백질 간편식인 랩노쉬를 개발·판매하며 이름을 알리고 회사를 키웠다. 지난해 8월에는 독일의 엑솔루션을 인수했다. 엑솔루션이 특허를 가진 개폐형 마개는 캔 음료의 뚜껑을 다시 닫아 재밀봉을 가능하게 하는 제품으로, 캔 뚜껑 대신 작은 플라스틱이 달려있다. 이 마개로 음료 입구를 막으면 6개월 이상 탄산을 보존할 수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인테이크 역시 쿠팡에서의 고속 성장을 바탕으로 육류 대체 식품 제조사로 처음으로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테이크는 신한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인테이크는 서울대 출신 식품공학자들이 2013년 설립한 회사다. 식물성, 미생물을 이용한 대체 식품 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대체육, 대체계란, 대체당류 사업이 주력이다. 대체 당을 활용한 다이어트 브랜드 ‘슈가로로’, 대체 단백질 브랜드 ‘이노센트’에 더해 뮤즈해빗, 닥터넛츠, 모닝죽, 밀스 등 다양한 브랜드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푸드테크 기업들이 자본 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된 배경으로 ‘식품 연관 산업에 불어온 실질적 변화’를 꼽는다. 식품 산업에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기원 푸드테크협의회장(서울대 교수)은 “첨단 기술을 통해 식품 연관 산업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자본 시장에서도 푸드테크를 주목하는 것”이라며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였거나, 비용을 절감했거나, 탄소 중립을 달성했거나 하는 등 다양한 푸드테크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