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KFC 압구정로데오점. 순백의 머리칼에 흰 정장을 입은 익숙한 ‘KFC 할아버지’ 모형이 세워진 이 매장에는 문에 ‘CORKAGE FREE(콜키지 프리)’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외식업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로 자리잡은 ‘콜키지’는 손님이 술을 가져왔을 때 잔 서빙 비용을 별도로 받는 것을 의미한다. 콜키지가 ‘프리’라는 것은 손님이 술을 가지고 매장으로 와도 돈을 별도로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13일 KFC 압구정로데오점에서 햄버거 세트와 기네스 마이크로 드래프트 맥주를 주문하고, 가져간 소주와 맥주(사진 우측) 콜키지 서비스를 요청해 잔을 받았다./이민아 기자

신호상 KFC코리아 대표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계정(SNS)을 통해 압구정로데오점 개점 소식을 알리며 “KFC 최초로 시도되는 켄터키 버거 펍(Kentucky Burger Pub)”이라며 “세계 최초 콜키지 프리”라고 설명했다.

이 매장에서는 술을 가지고 가서 버거 또는 치킨과 함께 먹을 수 있다. 기존의 치킨, 버거 프랜차이즈는 대부분 빠르게 한 끼를 떼우고 나가는 음식점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술을 판매하면 고객의 매장 체류 시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KFC는 이 매장의 조도를 다소 어둡게 해서 ‘펍’ 처럼 꾸몄다.

가져올 수 있는 술의 종류도 상관 없다. 이날 매장에는 소주와 맥주를 가지고 찾아갔다. 점원들에게 ‘정말로 내가 가지고 온 술을 먹어도 되는가’라고 묻자 “그렇다”며 컵을 내어줬다. 전용 잔은 따로 제공되지 않았고, 탄산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다회용 플라스틱 컵이 제공됐다.

안주로 먹을 햄버거를 키오스크에서 주문하고, 메뉴가 나오기를 5분 정도 기다렸다. 다회용 플라스틱 컵에 가지고 간 소주를 따라서 버거와 함께 먹었다. 주로 와인을 가지고 오는 손님들이 많지만, 위스키와 막걸리를 가져온 손님들도 있었다고 했다.

KFC 압구정로데오점 입구./이민아 기자

콜키지 프리 이용 손님들은 주로 밤 7시 이후에 매장을 찾는다고 한다. 박승진 KFC 압구정로데오점 점장은 “하루에 10팀 정도는 콜키지 서비스를 이용한다”며 “가족 단위로 와서 어른들은 가볍게 술을 마시고 아이들은 햄버거와 치킨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 매장 직원은 “한 팀에 와인 다섯병까지 드셨던 손님들도 있었다”며 “콜키지 프리 한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따로 와인 잔 등을 제공하지는 않기 때문에 미리 전화로 문의를 주시는 고객 분들께는 잔을 챙겨오기를 권유한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주류도 주문해봤다. 매장에서는 총 네가지의 주류 메뉴가 있었고, 햄버거와 마찬가지로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고 매대에서 가지고 와야 했다.

자몽, 레몬맛 하이볼 캔을 판매했으며, 기네스 생맥주도 두가지 종류로 제공됐다. 한 가지는 9000원짜리 일반 기네스 생맥주, 나머지 하나는 1만2000원짜리 ‘마이크로 드래프트’ 기네스 맥주였다.

13일 KFC 압구정로데오점에서 기네스 마이크로 드래프트 맥주를 추출하는 모습./이민아 기자

마이크로 드래프트 기계는 ‘더블 콕킹’ 공법을 통해 2단 추출이 이뤄져 입자가 곱고 부드러운 거품이 만들어진다. 일반 생맥주 기계로 추출하는 기네스 맥주는 1분 안에 한 잔을 꽉 채울만큼 금세 나온다. 하지만 마이크로 드래프트 기계로 추출하는 데에는 2분 이상이 걸렸다.

KFC는 지난 해 주인이 KG그룹에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오케스트라 프라이빗에쿼티(오케스트라PE)로 바뀌면서 신호상 전 이마트24 상무를 대표로 맞이했다. 한국진출 40년 만에 가맹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매장 확장 전략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