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기업들이 소스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며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고물가에 집밥족이 늘어나면서 간편식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소스 시장이 커지면서 당 함량을 줄인 저당 소스 등 시장도 다양화되는 모양새다. 소스를 주력 상품으로 기업과소비자간 거래(B2C) 시장에 진출하거나 K소스로 해외 진출을 노리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6일 동원홈푸드에 따르면 비비드키친의 저당 소스류 지난해 매출 규모는 약 70억원으로 전년(약23억원)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2020년 첫 상품이 출시된 이후 소스 매출은 매년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원홈푸드 비비드키친

비비드키친은 동원홈푸드가 2020년 출범한 B2C용 소스·간편식(HMR) 전문 브랜드로 저당·저칼로리 소스를 주력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기존 기업과기업간 거래(B2B) 조미식품 시장 1위였던 노하우를 살려 B2C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소스’를 선택한 것이다.

특히 대체당을 활용해 칼로리를 대폭 줄인 저당소스 제품은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드레싱 등 소스는 이미 많이 판매되고 있지만, 다이어트에 적합한 저당·저칼로리 제품은 희소해 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란 판단이 적중했다.

동원홈푸드 관계자는 “따로 협찬이나 광고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연예인들이 노출해줄 정도로 젊은층에서 큰 인기를 끄는 제품”이라면서 “쿠팡이나 컬리, 네이버 등 주요 판매처에서 항상 1위를 하고 있다. 앞으로 해외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이어트 수요가 늘면서 저당 소스가 인기를 끌자 오뚜기(007310)도 지난해 말 처음으로 저당 케첩을 출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한 저당류 기준에 맞춰 기존 대비 8분의 1 수준으로 당 함량을 낮췄다.

식품회사들이 소스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팬데믹(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집밥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최근 고물가 현상까지 겹치면서 요리를 돕는 소스 시장이 반사 이익을 봤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소스시장 규모는 2019년 1조3700억원, 2020년 2조원, 2022년 2조3000억원 등 지속 성장했고 올해 3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소스시장 규모는 2020년 502억9800만 달러(한화 약 67조1679억원)에서 지난해 584억2000만 달러(약 78조141억원) 수준까지 커졌다.

불닭을 앞세운 삼양식품(003230)도 차기 주력 사업을 소스로 정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불닭소스를 중심으로 소스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불닭소스를 1000억 브랜드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양식품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소스·조미소재 매출은 전년보다 36% 증가한 290억원을 기록했다.

대상(001680)도 김치, 김, 간편식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소스를 4대 글로벌 전략 카테고리로 선정하고 제품군을 대폭 확대하며 한국 전통 장류를 활용한 소스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아예 회사의 4가지 핵심 경영 키워드 중 하나를 ‘소스’로 정했다. 소스 브랜드 ‘K1 KYOCHON’ 상표를 특허청에 출원한 뒤 국내산 청양고추를 활용한 ‘K1 핫소스’ 3종을 세계 최대 이커머스 아마존에서 판매하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소스는 주력 제품이 아니라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제품군이었지만 이젠 저력을 증명하고 해외 진출을 타진할 핵심 아이템이 됐다”면서 “한식 소스가 제2의 스리라차 소스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