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자체 라이더로만 운영하던 배민1(알뜰배달·한집배달) 서비스에 배달대행 업체를 활용한 제3자 물류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배민은 ‘배달 서비스 품질 제고’를 이유로 들었지만, 업계에서는 배달의민족이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산업재해로 인한 리스크도 줄일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배민은 주요 배달 대행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이르면 다음 달부터 일부 지역에서의 배민1 배달을 대행 업체에 위탁해 운영합니다. 쿠팡이츠가 운영하는 쿠팡이츠플러스나 요기요가 요기배달 강화를 위해 배달 대행 업체와 서비스 수행 계약을 체결한 것과 같은 형태입니다.

배민 관계자는 “제3자 물류 도입에 대해서는 아직 협의 중에 있다”면서 “배달 서비스 품질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배달원 한 명이 여러 건을 동시에 배달하는 ‘묶음 배달’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배달 지연’ 문제가 불거졌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인데요.

배민이 배민1 서비스에 제3자 물류를 도입해 일부 배달 물량을 위탁하는 것은 단건 배달 서비스와 배민B마트 배달을 수행할 배달원 확보를 위해 부릉(당시 메쉬코리아)과 손을 잡았던 2022년 이후 약 1년 9개월 만입니다.

배달업계는 배민의 비수도권 배달 품질 제고를 위한 제3자 물류 도입이 쿠팡이츠의 확장세에 대항하기 위한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 11월 쿠팡이츠가 쿠팡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한 할인 혜택을 전국으로 확대한 이후 관련 논의가 시작된 데다 그간 배민은 일반 배달 건만 제3자 물류 형태로 운영해왔기 때문입니다.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배민의 월 사용자 수는 지난해 8월 1405만명에서 지난해 12월 1369만명으로 약 3% 준 데 반면 쿠팡이츠는 같은 기간 월 사용자 수가 293만명에서 370만명으로 약 26% 늘었습니다.

배민의 제3자 물류 도입은 쿠팡이츠의 추격 속에서 배민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배민은 그간 자사와 계약한 배달원들에게 ‘배달고수 프로모션’ 등 배달 건수에 따라 보상을 하는 식으로 비용을 지출해가며 시장 지배력을 키워왔고, 이를 바탕으로 꾸준히 호실적을 기록해 왔습니다.

그 영향으로 광고 및 애플리케이션 수수료 등으로 수익을 내는 사업 부문(우아한형제들)과 달리 물류 부문(우아한청년들)의 영업이익률은 계속 악화돼왔습니다.

배민의 물류를 담당하는 우아한청년들의 2022년 매출은 1조1297억원, 영업이익은 85억원으로 2019년 대비 각각 1070%, 360.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9%에서 0.7%로 1%포인트 넘게 떨어졌습니다.

같은기간 배달의민족 앱을 운영하는 모회사 우아한형제들의 매출이 2조9516억원으로 42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643억원으로 86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하면서 영업이익률 역시 15.7%를 달성한 것과는 상반됩니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배민이 제3자 물류를 확대하는 것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다 산업재해로 인한 리스크까지 있는 물류업을 고도화하기 보다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우아한청년들은 2023년 1월부터 8월까지 1273건의 산업재해가 승인되면서 모든 업종을 통틀어 가장 많은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으로 꼽혔습니다. 2022년에도 1837건의 산업재해가 승인되면서 가장 많은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으로 꼽힌 데 이어 2년 연속 불명예를 얻은 셈입니다.

배민1 단건 배달 서비스가 출시된 2021년에는 941건의 산업재해가 승인됐습니다. 이로 인해 2021년과 2022년에는 당시 김범준 대표가 국정감사장에 불려나갔고, 지난해에는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국정감사장에 소환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원을 구하기 어렵다지만, 배민이 이전처럼 프로모션 등을 진행해 배달원을 충당하려했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면서 “이제는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역할만 하고 라이더 관리 등의 부담과 산업재해와 같은 리스크는 지지 않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했습니다.

다만,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제3자 물류 도입과 관련해서는 아직 협의 중에 있다”면서 “배달 품질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시행 이후 효과가 좋다고 판단되면 더 (계약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