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001680)의 김치 브랜드 ‘종가’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상품 김치 브랜드다. 1988년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의 ‘김치 상품화’ 정책에 따라 개발된 한국 최초의 포장김치 브랜드 ‘종가집’이 모태다.
종가 김치는 전체 수출 김치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겼다. 대상 종가 김치의 수출액은 2016년 2900만달러(약 384억원)에서 6년 만인 지난해 7100만달러(약 941억원)로 2.4배 이상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상은 내년 베트남에 김치 공장을 신규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한류 열풍을 타고 김치 인기가 점차 높아지면서 현지에서 김치를 생산해 바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총 김치 수출액 중 종가 김치의 비중은 52%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종가 김치의 유럽 수출량은 국내 총 수출량 3542톤(t)의 약 56%를 차지했다.
대상은 해외 현지 공장을 세우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베트남 신규 공장 준공 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폴란드 크라쿠프(Krakow) 지역에 김치 공장을 새로이 준공한다.
대상은 지난해 식품업계 최초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에 총 대지 면적 1만㎡(3000평) 규모로 김치 공장을 지었다.
이어 올해는 미국 현지 식품사 ‘럭키푸즈(Lucky Foods)’를 인수했으며 지난 9월에는 영국 런던에 ‘종가’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글로벌 소비자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전세계 종가 김치 공장의 김치 배합과 공정 개발을 담당하는 최혜영 대상 글로벌김치연구팀장을 인터뷰했다.
그는 대학원에서부터 김치 유산균을 연구하다 지난 2009년 대상에 입사해 연구를 이어 온 유산균 전문가다. 세계 시장에 수출하고 유통하는 종가 김치의 품질 유지 방법으로 유산균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했고, 현재도 하고 있다.
최 팀장은 “베트남 현지 김치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베트남 소비자들의 김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젊은 층에서는 김치로 요리를 해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우리 김치가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은 어디인가.
“해외 매출에서 일본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의 매출 증가가 눈에 띈다. 현재는 일본과 미국의 매출 비중이 각각 30%대로 비슷해졌다. 김치가 건강 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종가 브랜드 개별적인 차원에서는 미국 코스트코 판매 확대의 영향이 컸다.”
―국가별로 선호하는 김치 맛이 어떻게 다른가.
“최대한 한국 전통 맛을 그대로 살리고자 노력한다. 마늘을 덜 쓰거나, 향이 저감된 마늘을 사용하든가 하는 현지화 시도를 하는 방법으로 레시피를 조절한다.
일본의 경우에는 조금 예외적이다. 일본은 제일 먼저 한국 김치가 수출된 나라이기도 하고 ‘기무치’로 변형돼 시장이 이미 형성돼 있는데, 한국 전통 김치와는 다른 맛이다. 주로 절임(쯔케모노, 아사쯔케) 업체에서 김치를 구색으로 갖춰, 짜고 달고 신 맛이 강하다. 또 해산물을 많이 이용해 감칠맛을 높인 김치를 만든다.”
―일본 외 나라들은 어떤가.
“일본 외에 이제 김치 시장이 확대되는 국가들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먹는 전통적인 김치가 소비되고 있다. 특히, 발효식품에 친숙한 나라에서는 한국의 발효된 신맛을 내는 김치를 선호하기도 한다.
이제 막 가동을 시작한 폴란드 공장에서 갓 담근 김치를 현지인들에게 선보인 적이 있다. 오히려 그 사람들은 ‘왜 김치에서 신맛이 안 나냐’라며 신맛이 나는 게 좋으니 익혀 먹어야겠다고 했다.
형태로는 포기김치처럼 소비자가 직접 썰어야 하는 제품보다는, 이미 잘라져서 유통되는 맛김치 형태로 수출되고 있다. 외국인들에게는 김치를 꺼내서 썰어 먹는 게 익숙하지 않아 이들은 맛김치 형태를 선호한다.”
―최근 한류의 인기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김치 확산에도 영향이 있을까.
“베트남은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드라마에 나오는 김치찌개 등 김치 활용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고 집에서 직접 요리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김치로 요리하면서 ‘다른 양념이 필요없는 식재료’라고 평가한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과거 일본의 경우도 겨울연가 등의 한국 드라마 열풍이 김치를 알리는 역할을 했다고 하니 한류, 문화와 식문화 전파는 밀접한 걸로 보인다.”
―베트남 사람들은 어떤 김치를 좋아하나.
“베트남 현지 소스들이 달고 새콤한 맛을 내는 경우가 많아, 김치도 마찬가지로 달고 새콤한 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전해들었다. 베트남 현지 관능 조사 등을 통해 좀 더 구체화된 접근을 할 예정이다. 아직은 시장 조사 초반 단계이기 때문에 좀 더 확인해봐야 한다.”
―해외 수출 김치에 유산균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해외 김치에 적용된 유산균도 내수 제품과 마찬가지로 특허 받은 종가 유산균을 사용해 풍미를 낸다. 종가 유산균은 종가 김치에서 가장 맛있는 기간을 연장시키고 시원한 탄산미를 낸다.
해외 수출용 김치에도 이를 적용해 배송기간이 길고 현지 콜드체인이 열악한 국가더라도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게 설계한다. 내수 제품에 비해 수출김치는 배송하는 기간만 짧으면 1주일, 길면 45일도 걸리기 때문에 유통 안전성을 확보하는 연구가 중요하다.”
―균일한 품질을 갖춘 김치를 만들기 위해 유산균이 필수라는 건가.
“그렇다. 유산균을 김치에 넣는 이유에는 여러 목적이 있지만 그 중에 균일한 품질을 내기 위한 목적이 있으며, 해외 시장 유통 제품에서는 이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치는 농산물에 따로 열 처리를 하지 않고 혼합하는 형태여서, 살균 과정이 없다. 원료들이 가진 균들에 의해 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제조 직후부터 매일 매일 달라지는 전세계 유일한 제품이다.
따라서 품질을 관여하는 요소가 많고, 그만큼 관리해야할 부분이 다른 제품군에 비해 많고 까다롭다. 그만큼 농산 원료 품질이 중요하고, 그 원료들이 가진 균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어느 국가에서나 종가 김치 공장에서 종가 김치의 맛이 나게 하기 위해서는 유산균의 역할이 크다.”
―콜드체인이 없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유통 방식은.
“지난 2019년부터 상온 보관이 가능한 김치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유통되고 있다. 가장 맛있게 발효됐을 때 열 처리를 해서 상온에 둬도 괜찮은 제품을 만든다. 그런데 아무래도 특유의 냄새가 날 수 있어, 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 사람이 먹기에는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지만, 동남아 지역에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인도네시아에 상온 김치 2종을 출시했다.”
―글로벌 판매용 김치 연구를 하면서 보람찬 순간은.
“최근 전반적인 김치 수출이 크게 증가했고, 종가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겼는데 이런 성과를 보면 정말 감사하고, 이런 현상에 아주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낀다. 외국 현지 시장 조사를 나가서 해외 현지 마트를 둘러보는 경우도 많은데, 한국 사람이 아닌 외국인들이 카트를 끌고 가면서 종가 김치를 담거나 할 때 정말 기분이 좋다.”
―한국 김치가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얻고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김치가 다른 나라의 반찬들과 비슷하다는 인식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김치와 유사한 ‘절임’ 식품으로 주로 일본의 기무치, 중국의 파오차이, 유럽의 사우어크라우트 등이 꼽힌다.
하지만 김치와 이들 식품은 식탁 위에 올라오는 반찬이라는 점에서만 유사하고 근본적으로는 전혀 다른 제품이다. 그럼에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정부에서는 김치가 다른 나라의 단순 절임 식품들보다 우수한 점을 연구하고 홍보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