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관악구에서 만난 이규화(28) 메타파머스 대표는 자사가 개발한 수확 로봇이 가져올 농촌의 미래를 설명했다.
메타파머스는 농업 혁신 선두주자로 AI(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반의 수확 자동화 로봇 메타파머를 개발한 회사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원을 다니는 이 대표와 대학원 동료들이 뜻을 합쳐 지난해 창립했다. 농촌 지역 인력난이 심화하는 상태라 농업 자동화 분야가 블루오션(새로운 시장)이라는 판단에 따랐다.
창업 1년이 되기도 전에 이들은 딸기나 토마토 등 온실작물을 수확하는 로봇 ‘메타파머’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4축 로봇에 작물을 손상 없이 수확할 수 있는 엔드이펙터(로봇의 손)를 부착했고, 이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탭파머스라는 웹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명령을 내리는 형태다.
이 기술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메타파머스는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3년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수확해야할 작물의 크기·위치가 모두 각기 다른 복잡한 환경 때문에 농업에서 수확·분류 작업은 아직 자동화 개척 분야로 남아있다.
메타파머스는 일정 시간 사람의 개입 아래 AI가 학습을 하고, 데이터가 일정량 축적되면 로봇 스스로 수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이를 극복하려 시도한다.
이 대표는 “메타파머는 온실 작물의 경우 평균 일주일의 학습으로 약 95% 수확률을 보여준다. 숙련 노동자보다는 못해도 초보 노동자보다 나은 수치이고 수확과 동시에 분류 작업도 가능하다”라면서 “인력난과 외국인 노동자 관리 문제에 시달리는 농촌에서 빨리 상용화를 해달라는 목소리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메타파머는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딸기나 토마토 등 온실 작물 수확용을 시작으로 노지 작물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로봇 구입 가격이 부담되는 농가를 위해 구독형 요금제로 출시할 방침이다. 로봇이 수확한 작물의 양에 비례해 1kg당 요금을 받는 식이다.
메타파머의 이용료는 현재 일꾼 일당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라 농가 인건비 절감 효과도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작물 가격의 20% 정도가 수확에 드는 인건비인데 메타파머는 10% 수준으로 이용료를 절감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현재 로봇 한 대가 일꾼 한 명분의 일을 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타파머는 시간의 제약없이 수확이 가능해 딸기 등 작물이 품질이 좋은 새벽에 수확이 가능하고, 인간으로부터 오는 병충해도 차단할 수 있다. 작물 병충해는 사람한테 오는데 로봇은 병균을 감염시킬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고 로봇 농부의 장점을 강조했다.
메타파머스는 현재 시드 투자 단계로 경기도투자진흥원에서 2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투자 유치를 지속해 양산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면서 “원가절감을 통해 영국 더그투스 등 비슷한 기술을 가진 외국 경쟁사보다 저렴한 생산가로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건물에서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수직농장 등 다른 농업 관련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수분(受粉) 분야는 이 대표가 눈여겨보고 있는 다음 목표다.
이 대표는 “수직농장에서는 벌에 의한 자연 수분이 이뤄질 수 없어 고민이 많은데, 수분 기능 자동화도 연구 중”이라면서 “사람 한 명과 메타파머 한 대만으로 농장을 관리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규화 대표는
▲서울대 기계공학과 ▲서울대 기계공학과 대학원 ▲2022년 메타파머스 창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