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연화(42)씨는 퇴근 후 잠들기 전 위스키를 한잔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는 집에 위스키를 종류 별로 두고, 그날 기분에 따라 마실 것을 고른다. 좋아하는 계절 과일을 사놓고 안주로 먹으며 TV를 보다 잠이 든다. 강씨는 “이미 자녀가 있는 친구들과 삶의 방식이 많이 다르다”며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고, 언제든 나를 위한 소비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4050 1인 가구가 주력 소비 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통업계가 40~50대, 나아가 60대 독신 가구를 2030 비혼 가구만큼이나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래픽=손민균

40~50대가 가정을 꾸렸을 걸로 짐작하고 ‘가족 대상 마케팅’을 펼치는 건 이제 낡은 방식이고, 이 나이대의 비혼 인구를 공략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경제 활동을 젊은 세대보다 오래 했기 때문에 절대적인 소비 금액이 크고, 이전보다 ‘나를 위한 소비’에 더 많은 금액을 투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통업계가 40~50대를 혼인 여부에 따라 세분화해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장은 “인구 구조가 변화하면서 더 이상 매스 마케팅(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를 촉진하는 활동)’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며 “같은 40대라도 결혼한 애 둘 있는 가구의 라이프 스타일과 비혼·싱글의 삶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1인 가구 4개가 4인 가구 1개보다 소비량이 더 커”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조선비즈 본사에서 열린 ‘인구 절벽에 따른 소비 지형 변화’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이경희 소장은 “40대 5명 중 1명이 비혼일 정도로 비혼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은 고가 취미 용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 이런 트렌드에 맞게 유통 채널에서는 제품 구성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지난해 약 972만가구로, 전체의 41%를 차지해 비중이 1년 전보다 0.7%포인트 늘었다. 1인 가구는 앞서 2021년 말 40.3%(946만1695가구)로 사상 처음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겼는데,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40대와 50대는 20대만큼이나 1인 가구의 숫자가 많이 늘어난 연령대다. 통계청이 5년마다 한번씩 조사하는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 인구·가구 기본 항목’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14만9000명이었던 40대 1인 가구의 수는 5년 후인 2020년에 142만7000명으로 27만8000명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50대 1인 가구는 38만8000명에서 61만8000명으로 23만명이 늘었다. 즉 40대와 50대의 1인 가구가 5년간 51만명 증가한 셈이다.

이 기간 20대 1인 가구는 585만명에서 614만명으로 29만명, 30대 1인 가구는 268만2000명에서 281만5000명으로 13만3000명 증가했다.

20~30대의 1인 가구 증가 규모(42만명)를 합쳐도 40~50대(51만명)보다 적었다. 1인 가구 조사는 5년마다 실시되는데, 2020-2025년에는 이런 현상이 더 짙어질 전망이다

좌담회에 참석한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제가 있는 푸드 비즈니스 연구실에선 이제는 1인 가구를 연구의 기본 단위인 ‘일반 가구’로 설정하고 있다”며 “자녀가 있는 가구를 오히려 따로 분류한다. 수도권은 1인 가구가 절반 이상이 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소장은 “인구 규모는 감소하지만 가구 수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가구원 수와 상관 없이 1인 가구도 한 가구의 형태를 갖추기 위해 소비를 한다. 생필품 시장에서 1인 가구를 공략한다면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4인 가족이 사는 집과 마찬가지로 1인 가구도 생수, 식탁, 치약, 칫솔 등과 같은 생활에 꼭 필요한 용품을 따로 갖추고 살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4인 가구의 소비량보다 1인 가구 4개 가구의 소비량이 더 큰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밥 해먹기 귀찮아” 1인 가구 증가에 급식 호황 전망

이처럼 2030을 넘어 4050에서도 급격히 1인 가구 수가 증가하면서, 식사를 해먹기보다는 단체 급식을 활용해 끼니를 해결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좌담회에 참석한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453340), CJ프레시웨이(051500), 아워홈과 같은 B2B(기업 대 기업) 급식 회사들이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1인 가구들의 경우 집에서 밥을 해먹기 보다는 바깥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조선비즈 본사에서 열린 ‘인구 절벽에 따른 소비 지형 변화’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장./이민아 기자

정 교수는 “신축 아파트에서는 조식을 주는 곳도 생겨나고 있는데,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며 “특히 실버타운에 들어가기에는 나이가 젊은데, 편하게 끼니를 해결하고자 하는 중장년 1인 가구들의 경우 급식 시설에 호응한다”고 설명했다.

단체급식 업체들의 매출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지난해 삼성웰스토리의 단체급식 매출은 1조4202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조2001억원에 비해 18.3% 늘었다.

같은 기간 CJ프레시웨이도 단체급식 부문 매출이 5838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4678억원)보다 12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아워홈도 단체급식과 외식 부문을 합한 식음료 사업 매출이 1조83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