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서민의 술’ 소주 가격이 또 오른다.
하이트진로(000080)는 다음 달 9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의 공장 출고가를 6.95% 인상한다고 31일 밝혔다.
지난해 2월 이후 약 1년 8개월 만이다.
동시에 하이트진로는 이날 주요 맥주 테라·켈리 출고가를 다음달 9일부터 평균 6.8% 올린다고 덧붙였다. 맥주 가격 인상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이달 초 맥주 시장 점유율 1위 오비맥주는 맥주 출고가를 올렸다. 소주 시장 점유율 1위 하이트진로(000080)가 다음 달부터 소주 출고가를 올리면 곧 일선 음식점과 주점 주류 가격에도 인상분이 전가될 예정이다.
주류 소비가 늘어나는 연말을 앞두고 소주·맥주 가격이 동시에 뛰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인상 폭 역시 두 배로 늘게 됐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월 “당분간 소주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가격 인상 요인은 존재하지만 쉽지 않은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8개월 만에 이 결정을 뒤집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연초부터 소주 주원료 주정 가격이 10.6%, 신병 가격이 21.6% 올랐다”며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제조 경비에 전방위적으로 큰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소주·맥주 공장 출고가가 수십원 오르면 식당·주점 판매 가격은 보통 1000원씩 따라 뛴다. 주류 가격 출고가와 대형마트, 일반식당·주점 판매 가격 인상 추이를 비교해 보면 지난 7년간 주류 업체 출고가는 15%(150원) 오르는 동안 식당 판매가는 최대 두 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에 따르면 현재 5000원인 대중식당 소주 가격은 올해 6000원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가 우려했던 ‘식당 소줏값 6000원’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현재 6000원 수준인 대중식당 맥주 가격 역시 이달 인상분을 적용하면 올해 중 7000원에서 8000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소주와 맥주를 섞는 ‘소맥’은 각 1병만 시켜 마셔도 최소 1만3000원에 달할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이 점을 감안해 “소비자와 자영업자, 거래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상생 방안을 준비했다”며 “가격 인상과 동시에 상생 방안을 내놓는 경우는 주류 업계에서 최초라 본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주류 취급 거래처에 가격 인상 시점까지 물량을 충분히 공급해 인상 전 가격으로 재고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소비자가 소주 제품을 직접 구입할 수 있는 대형할인매장과 기업형슈퍼마켓(SSM), 농협하나로마트, 개인 대형 슈퍼마켓 매장에서 가격할인 행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주류 도매장에 대한 채권 회수 유예도 실시한다. 자연스럽게 주류 도매장이 식당에 지원한 대여금에 대한 회수 유예도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하이트진로는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하이트진로는 가격 인상 시점부터 연말까지 판매한 참이슬과 진로 1병당 30원을 적립해 요식업소 자녀 대상 장학사업, 요식업소 대상 건강증진상품권 지원, 거래처 필요 물품 지원 같은 환원 사업에 전액 투입할 계획이다.
다만 일부 일선 식당·주점 관계자는 상생 방안 가운데 대부분이 지속적인 지원책이 아니라 일시적인 미봉책에 그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마포구지회 관계자는 “주류 도매점이 물량을 넉넉히 받더라도 인상을 열흘 앞두고 이전 가격으로 모든 식당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공급해줄 지 우려스럽다”며 “가격 할인 행사는 이전에도 때마다 했던 이벤트”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