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005300)음료가 나무통에서 숙성한 증류식 소주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섰다.

27일 주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현재 일반 증류식 소주를 나무통에서 숙성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산 버번 위스키 숙성 배럴(나무통), 스페인산 쉐리 숙성 배럴, 포르투갈산 포트와인 숙성 배럴을 대거 들여왔다.

롯데칠성음료 연구·개발(R&D) 관계자는 “현재 미국 특정 켄터키 버번 위스키 브랜드에서 가지고 온 나무통에서 증류식 소주를 숙성하고 있다”며 “버번 위스키 향을 증류식 소주에 적절히 입히는 과정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증류식 소주를 나무통에 넣어 수개월 이상 숙성하면 투명했던 소주가 호박색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나무통이 머금은 향과 색을 나눠 가지면서 위스키 못지 않은 풍미를 띈다. 자연히 가격도 몇곱절로 뛴다.

소주업계 1위 하이트진로(000080)가 선보인 일품진로 23년산은 시중에서 25만원을 호가한다. 화요가 5년 이상 나무통에서 숙성해 선보이는 화요 XP(extra premium) 역시 500ml 한병에 6만원이 넘는다.

그래픽=정서희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016년 첫 증류식 소주 ‘대장부’를 출시했지만 일품진로와 화요 같은 경쟁 제품에 밀려 고전하다 2021년 증류식 소주 생산을 중단했다.

당시 성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던 증류식 소주 사업 대신 기존 희석식 소주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이었다.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9월 내놓은 ‘새로’는 16도 저도수와 무가당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액 1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원소주’를 기점으로 증류식 소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롯데칠성음료 역시 증류식 소주 대열에 재합류하기로 결정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2480킬로리터로 2021년 1929킬로리터에 비해 28.5%가 증가했다.

나무통 숙성은 소주에 개성을 입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다만 해외에서 나무통을 구입해 우리나라까지 들여오는 비용, 숙성하는 기간 동안 수많은 나무통을 보관할 장소에 따르는 임대료와 인건비 같은 기회 비용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규모가 작은 주류회사는 섣불리 상업적인 규모로 나무통 숙성 소주를 선보이기 어렵다.

일반 희석식 소주와 접목해 소비자 접점을 늘리는 방식으로 나무통 숙성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하이트진로는 상대적으로 제조 공정이 복잡한 증류식 소주만 사용해 오랜 기간 숙성하는 대신, ‘일품진로 오크 43′처럼 증류식 소주를 바탕으로 나무통 숙성 원액을 일부 더해 풍미를 강조한 제품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롯데칠성음료처럼 자본력을 갖춘 후발 주자가 앞선 경쟁자들을 따라잡기 위해 선택하기 적절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나무통에서 숙성한 소주는 롯데칠성음료가 국내 주류시장에 곧 선보일 ‘국산 위스키’에 대한 가늠자로 쓰기에도 좋다.

롯데칠성음료는 2021년 하반기부터 국산 위스키 생산을 추진해왔다. 지난해에는 유통 맞수 신세계(004170)와 함께 경쟁적으로 사업 속도를 높이며 외부인력을 수혈했다.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내년 초에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근에는 국회에 도수 높은 증류주에 종량세를 도입하는 주세법 개정안까지 발의되면서 점차 롯데칠성음료 같은 대형 증류주 제조기업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