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파리바게뜨· CJ 뚜레쥬르 등 국내 주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들이 중동 진출을 추진하고 캐나다에 매장을 내는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선 규제로 인해 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국내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경쟁 심화로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이달 들어 해외 매장 500호점을 넘겼다. 올해 초 캐나다에 진출하면서 글로벌 진출 10개국을 돌파했고,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해 현지 기업과 중동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등 적극적인 해외 진출 노력의 결과다.
CJ(001040)가 운영하는 뚜레쥬르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뚜레쥬르는 해외 첫 진출국인 미국에서만 100호점을 넘기면서 최근 해외 매장 수가 400호점을 넘어섰다. 지난 19일에는 캐나다 캘거리에 첫 캐나다 매장을 내면서 해외 진출국 수도 7개국으로 늘어났다.
파리바게뜨는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에 진출했고, 같은 해 뚜레쥬르는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 나섰다. 현재 두 업체 모두 2030년까지 미국 내 매장 1000개 오픈을 목표로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 오르는 물가·환율에 원가 부담 커져… 국내 사업 경영 악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들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는 데는 국내 사업 환경이 열악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의 영업이익률은 지속 낮아져 지난해 기준 0.9%를 기록했다. CJ푸드빌 역시 빕스 등 다른 외식업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지난해 기준 2.1%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PC 파리크라상은 지난해 별도 기준 1조984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전년 대비 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88억원으로 44%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 증가(증가율 5%)는 이뤘지만, 영업이익 역성장세는 바꾸지 못한 것이다. 파리크라상은 2021년 전년 대비 4% 줄어든 3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CJ푸드빌은 매출 6422억원, 134억원의 이익을 냈다. 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크게 늘긴 했지만 여전히 2%대의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영업이익 회복세 역시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외식 수요가 늘면서 빕스(VIPS) 등 외식 부문 회복세가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뚜레쥬르의 영향은 적다고 CJ푸드빌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경영 악화 원인으로 고물가와 고환율을 요인으로 꼽는다.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aT FIS)에 따르면 소맥(HRW)의 국제 원료 가격은 2019년 1부셀(bu)당 평균 439.26센트를 기록한 뒤 꾸준히 올라 지난해 평균 965.85센트로 두 배 넘게 올랐다.
환율 역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연구원 산업통계 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1달러에 평균 1125.1원을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현재 1350원대 안팎을 기록중이다.
◇ 빵집 느는데 프랜차이즈 빵집 수는 제자리... “해외 출점 할 수 밖에”
경영 상황이 악화하고 있지만, 제과점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국내에는 판매점을 더 늘릴 수 없는 점도 해외 진출 원인으로 꼽힌다.
제과점업은 2013년 2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가맹점 신설이 전년도 점포 수의 2% 이내로만 허용됐다. 다른 점포의 500m 이내에는 재출점이나 신규 매장 출점도 제한됐다.
중기적합업종 지정은 지난 2019년 만료됐지만, 대한제과협회와 상생협약을 맺으면서 오는 2024년까지 동네 제과점 인근 500m 이내에는 출점할 수 없도록 한 규제가 이어지게 됐다.
상황이 이렇자 개인 제과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수는 제자리를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SPC 파리바게뜨의 매장 수는 2018년 3366개에서 지난해 3424개로 1.7% 늘어나는 데 그쳤고, 2018년 1335개 매장을 운영하던 CJ 뚜레쥬르는 지난해 매장 수가 1316개로 1.4% 줄었다. 하지만 전체 제과업 업체는 2018년 1만523개에서 2022년 1만5923개로 51% 증가했다.
제과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 역시 현지 가맹사업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사업을 안착시켜야 하는 등 갈 길이 먼 상황”이라면서도 “원가 부담에 경쟁 심화 등 여러 원인으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들이 사활을 걸고 글로벌 사업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양재장 세종대 산업대학원 교수는 “과거와 같이 대기업 베이커리 프랜차이즈가 시장을 독점할 수 있던 상황은 아니다”라며 “동네 제과점 인근 500m 출점 제한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규제이며, 동네 제과점도 소비자들이 줄을 서서 찾는 매장도 많아진 만큼 규제보다는 자체적인 경쟁력 확보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