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교육과 관련한 비위·부패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이래로 사교육업체들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세무당국은 사교육 대표 기업인 메가스터디(072870)에 대한 전격 세무조사에 나섰고, 입시 신흥강자인 시대인재, 수학 스타 강사인 현우진씨 등이 줄이어 세무조사를 받았는데요.

그래픽=정서희

당장 세무조사는 입시학원에 집중된 것처럼 보이지만 교육업체들은 전반적으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입니다. 유아나 초등 저학년 대상 교육업체나 에듀테크 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시작은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에 따른 사교육비 부담이었지만 이러한 논란이 교육계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세무조사를 걱정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데요.

특히 많은 중견 교육기업은 승계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더 예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장 승계가 급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맞닥뜨릴 승계라면 배당 등으로 꼬리표 달린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가족회사 하나쯤은 대다수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와중에 지난 8월 말 서울지방국세청이 비상교육(100220)과 그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습니다. 이는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특별 세무조사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무당국이 특히 눈 여겨본 곳은 테라북스와 같은 오너가 가족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테라북스는 2010년 제본과 인쇄 효율화를 위해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주로 비상교육이 발행하는 초·중·고 교과서와 참고서 등을 만듭니다. 테라북스 지분 25%는 비상교육이 갖고 있지만, 나머지 지분 75%는 비상교육의 창업주인 양태회 대표와 양태회 대표의 부인인 정양옥 테라북스 대표가 가지고 있습니다.

테라북스의 사업구조는 사실 비상교육 사업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꽤나 안정적인 수익이 나는 구조죠. 올해 반기보고서(6월말 기준)에 따르면 테라북스로부터 비상교육은 약 2억5000만원 상당의 배당금도 받았습니다. 비상교육의 테라북스 지분율은 25% 수준이니 나머지 창업주와 특수관계인이 받았을 배당은 더 컸을 것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대인재, 메가스터디 등 9개 사교육업체의 19개 법 위반 혐의에 대한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상정한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시대인재 학원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교육업계에선 이 가족회사가 나중엔 결국 어떤 형태로든 창업주 내외의 어린 세 자녀의 승계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배당 등으로 일단 자금 출처를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이는 비상교육만의 일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교육업계에서는 가족회사나 개인회사를 가진 곳 중심으로 세무조사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2세 승계를 사실상 마무리했던 한솔교육도 구조는 비슷합니다. 한솔교육 2세인 변두성 상무는 부동산 시행사 더블유피컴퍼니와 빌딩관리와 기업용 소모품 자재 구입을 하는 회사 원폴라리스 두 곳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 중 원폴라리스의 핵심 매출처는 한솔교육. 한 때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한솔교육에서 올리곤 했지요. 교육업계에서는 두 회사에서 나오는 수익 배당이나 월급으로 증여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천재교육의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최정민 천재교육 회장은 창업주 최용준 전 회장의 2세입니다. 2018년에 회장직에 올랐지만 작년 12월 말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아직도 천재교육의 최대주주는 최용준 전 회장입니다. 전체 지분의 85%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최용준 전 회장에서 아들인 최정민 회장에게 지분이 어떻게 이전될까’라는 질문에 교육업계에서는 ‘에이피컴퍼니’를 열쇠로 꼽습니다. 에이피컴퍼니는 최정민 회장의 개인회사입니다. 에이피컴퍼니 역시 천재교육과 사업연관성이 높습니다.

에이피컴퍼니는 물류 계열사로 1991년 설립된 프린피아가 전신입니다. 에이피컴퍼니는 천재교육과 내부거래를 활발히 하면서 사세를 키웠습니다. 천재교과서나 해법에듀와의 내부거래도 무시 못하는 수준입니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사교육에 있다보면 출판, 제본, 물류 등 관련 사업으로 확장가능한데 결국은 이런 업역의 회사들로 오너가 주머니 역할을 쏠쏠히 하는 개인회사나 가족회사를 만들어 승계에 대비할 수 밖에 없다”면서 “상속·증여세가 워낙 높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성공신화를 이룬 교육업체 대부분이 그럴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가족회사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개인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승계를 위해 회사를 만들고 정정당당 꼬리표를 가진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마냥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간 많은 교육업체들이 사세를 확장했지만, 그 규모가 대기업 집단에 지정될 수준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파생·부가사업으로 가족회사를 세워 ‘기업 쪼개기’ 형태로 마땅히 내야할 세금을 회피했다면 충분히 세무조사를 받을 만한 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