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문구용품을 만다는 아트박스와 영유아 대상 최고 히트송 ‘핑크퐁’으로 유명한 삼성출판사(068290)가 최근 증여를 했다가 번복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일각에선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증여를 번복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주가가 떨어진 상황에서 재증여를 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정서희

21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출판사 김진용 대표는 지난 8월 31일 10만 주의 주식 증여를 취소했다고 공시했다.

김 대표는 지난 6월 2일 장남인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와 김우석 이사에게 각각 5만 주를 증여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증여가 취소되면서 김민석 대표의 삼성출판사 지분율은 6.66%에서 6.16%로, 김우석 이사의 지분율은 5.69%에서 5.19%로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출판사가 승계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떨어지면서 증여 번복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주식 증여는 결정 3개월 안에 취소할 수 있다.

삼성출판사는 전남 목포에서 작은 서점으로 시작해 증권시장까지 상장하면서 국내 출판계의 한 획을 그은 회사다. 특히 사업 다각화에 성공하면서 결국은 패션회사 F&F(383220)를 키우는 모태가 되기도 했다. 김진용 대표는 김봉규 삼성출판사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F&F 김창수 회장과 형제 관계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출판사의 주가 추이를 보면 주가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증여를 취소하고 다시 증여하면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면서 “”특히나 앞으로 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본다면 증여 취소가 맞는 결정”이라고 했다.

상장 주식의 평가액은 증여일 전후 2개월, 전체로는 4개월의 종가 평균으로 계산된다. 삼성출판사 주가는 4~5월까지만 해도 평균 2만2000원 수준에서 거래되다가 6월엔 2만1000원, 7~8월엔 1만8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20일 종가는 1만6000원. 6월 평균 주가 수준과 비교하면 23% 정도 하락했다. 이 정도 주가 하락이라면 6월 평균 주가 기준으로 증여가액을 단순 계산했을 때 내야 하는 증여세율 30%를 20%로 약 10%포인트 줄일 수 있다.

과거에도 증여를 결정했다가 취소한 기업이 있다. CJ(001040)그룹이 대표적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20년 말 두 자녀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에게 각각 92만주의 주식을 증여한 뒤 취소하고 재증여한 적이 있다.

최초 증여를 결심했을 때 CJ 주가는 약 6만5400원이었는데 이를 취소하고 재증여를 결정할 때까지 주가는 약 36% 수준 하락했다. 당시 최초 증여세는 7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됐는데 재증여를 하고 내야 할 세금은 약 500억원 수준으로 200억원 가량을 아낄 수 있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증여 취소와 재번복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대주주도 주가 향방을 알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했다. 사업이 잘 될 지 안 될 지를 어느 정도 예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외국인과 기관, 펀드 수급까지 예상하는 것은 사업 곳간 상황을 속속 아는 대주주에게도 고난도 작업이라는 것이다.

삼성생명 가업승계센터 관계자는 “비상장사의 경우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은데, 보유 부동산의 감정평가를 받았는데 인근에 갑자기 매매 사례가 신고되면 감평가액이 달라져 세금이 갑자기 오르기도 한다”면서 “하물며 상장사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더 많아 추이를 예상하기 어려워 컨설팅을 하면서 세금에 대한 확답을 주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