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기후 환경 속에서 제주 지하수를 지키기 위한 대응을 논의하는 ‘제13회 제주물 세계포럼’이 19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개막했다.

제주물 세계포럼은 지하수 전문 국제포럼으로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와 제주도가 공동 주최하고 유네스코, 환경부 등이 후원한다. 제주물의 중요성을 알림과 동시에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지하수의 미래와 지속 가능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백경훈 제주도개발공사장, 양덕순 제주연구원장 등이 이날 개회식에 참석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이번 행사가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해 지하수 자원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물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열린 제13회 제주물 세계포럼에서 백경훈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제주도개발공사 제공

백경훈 제주도개발공사장은 “미래환경변화에 따른 물 문제의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제주물, 더 나아가 세계 수자원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섬이란 특성에 더해 강과 호수 등 육지 수자원이 부족해 전체 수자원 이용량의 96%를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 식수는 그 비중이 98%에 달한다. 제주 지하수는 제주도민의 ‘생명수’인 셈이다.

하지만 과도한 농업 비료 사용 및 산업 활동 증가에 따른 질산염 오염 문제와 기후 변화에 따른 잦은 가뭄 발생 등으로 지하수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유엔 세계 물 개발 보고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40%가 물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올해 포럼은 ‘변화의 노력, 지하수의 새로운 미래’를 주제로 지하수 관련 국내외 전문가와 석학들의 발표와 토론을 통해 지하수 보전 노력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논의한다.

이날 기조강연은 윤성택 고려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가 맡아 ‘글로벌 환경변화 대응 지하수의 중요성과 현안과제’를 주제로 진행했다.

윤 교수는 “지구 기온 상승, 도시화 확대, 인구 증가로 인해 물 부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온실가스 배출 증가는 지하수 질산염 오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무기 및 유기 비료 사용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미래 기후 변화는 특히 농업 지역에서 지하수 수질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이같은 위험 요인이 대수층(지하수를 함유한 지층)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긴 시간 차를 두고 일어난다는 것을 고려해 보호조치는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지하수 보전을 향한 가속’과 ‘먹는샘물의 지속가능성을 향한 가속’을 주제로 열린 2개 세션에서는 유네스코, 몽골, 호주, 일본, 한국 등 지하수 관련 국내외 전문가와 석학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제주 지하수 보전관리 기술을 주제로 발표한 김용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제주도민들을 만날 때 종종 ‘지하수 고갈되지 않아 마씸?’ 이런 질문을 받는다”며 제주도민들의 지하수 지속가능성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전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제주도는 지난 200만 년 동안 100회 이상의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화산암 대수층”이라면서 “전반적으로 투수성이 좋은 성질로 인해 지하수의 전체적인 이동속도는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제주도의 지하수를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려면 물의 순환과정 즉 강수, 침투 및 함양, 지표유출, 해저유출 및 증발산의 전 순환 과정의 각 프로세스에서 보전관리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도의 전통 도구인 ‘ᄎᆞᆷ(아래아)항’을 소개하며 ‘21세기 ᄎᆞᆷ항’ 기술들을 개발하고 지하수 보전관리에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개발공사는 인공지능(AI) 기법을 활용한 제주삼다수의 취수원 보전 관리 노력을 발표했다. 신문주 제주개발공사 선임연구원은 “제주개발공사는 최신 딥러닝 인공지능을 사용해 삼다수 취수가 주변 지역 2개 관측정 지하수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취수원 및 주변 지역 보전 및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개발공사는 이번 제주물 세계포럼을 통해 폐페트병을 화학적 분해해 만든 재생 페트 제품을 처음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국내 최초로 국내에서 수거된 페트를 활용해 제작한 CR-PET(화학적 재활용 페트)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CR-PET는 플라스틱 화학적 분해와 재융합에 필요한 해중합 원료를 수입에 의존해 왔다.

제주물 세계포럼은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제주지하수 미래를 위한 전문가 토크가 특별세션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박원배 제주연구원 제주지하수연구센터 센터장과 황세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원장 등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