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지닌 투자수단) 투자 전문사 시너지투자자문이 이랜드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이월드(084680)의 지분율을 7% 넘는 수준까지 올렸다. 이는 시너지투자자문이 교환사채(EB)를 행사한 데 따른 것이다. 교환사채란 발행사가 보유한 다른 회사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그래픽=정서희

12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너지투자자문은 지난 8일 이월드의 지분율을 종전 6.4%에서 7.6%로 늘렸다고 밝혔다. 이월드의 최대 주주인 이랜드파크는 지난해 12월 이월드 보통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를 발행했는데, 시너지투자자문이 이를 행사하면서 지분이 늘어난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이월드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데도 시너지투자자문이 교환사채를 행사해 주식을 확보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채권으로 가지고 있는 것보다 주식으로 바꾸는 편이 수익률이 더 높을 것으로 판단 내렸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너지투자자문이 처음 교환사채를 인수했을 때 이월드 교환가액은 약 1652원인데, 최근 교환가액은 주가 하락에 따라 1335원까지 리픽싱(조정)됐다”면서 “11일 이월드의 종가(1406원)와 비교하면 단순 계산상 바로 5%가량 수익을 낸 것처럼 보이지만 한동안 이월드의 주가가 1300원 초반대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너지투자자문은 전환가액보다 낮은 주가를 보면서도 교환사채를 행사한 셈”이라고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월드의 양대 사업인 테마파크 사업과 주얼리 사업 부문이 순항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주얼리 사업 부문의 비중이 큰 편이다. 1분기 기준 주얼리 사업 부문의 매출액은 199억원으로 회사 매출의 67%가량을 차지했다.

이전까지는 이랜드의 주얼리 부문이 로이드, 오에스티, 클루 등 중저가 브랜드 위주로 되어있는 것에 대한 비관론이 많았다. 소비가 양극화되면서 명품 브랜드를 앞세운 고가의 파인 주얼리 시장이 각광받고 중저가 주얼리 시장은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란 판단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랜드 주얼리 부문의 매출액은 2020년 1169억원을 기록했는데 작년엔 850억원으로 27% 줄었다.

이랬던 주얼리 부문에 대한 시각이 바뀐 것은 이월드가 파인 주얼리 매장 ‘더그레이스런던’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랩그로운은 한마디로 다이아몬드는 실험실에서 키운 다이아몬드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시간이 쌓여 만들어지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지만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양산이 가능하다. 다만 반짝임 등은 천연 다이아몬드와 별 차이가 없다는 평을 듣는다.

대구의 테마파크 이월드도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매출액을 늘려가고 있다. 이월드 테마파크 부문의 매출액은 2021년 251억원, 2022년 40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매출액은 증가 추이를 걸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이월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입장객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65% 늘어난 80만 명을 기록했다.

최근 이랜드그룹의 임원이 줄이어 이월드 주식을 매입했다는 것도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지피는 이유다. 윤성대 이랜드리테일 대표는 지난 7월 이틀에 걸쳐 이월드의 주가 3만 주를 매입했다. 윤 대표는 작년 9월과 10월, 올해 5월에도 이월드의 주가를 매입했다.

또 박위근 이랜드리테일 최고재무책임자(CFO)도 7월에 이월드의 주식 약 5000주를 매입했다. 통상적으로 그룹 임원이 회사 주식을 매입할 때는 경영 자신감을 나타낸다고 판단해 증권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호재로 인식한다. 이월드 관계자는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사비로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론 실적이 좋아진다고 해서 주식이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니다. 이월드는 이랜드 그룹의 유일한 상장사로 이랜드그룹 계열사들에 주식담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직간접적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편이기 때문이다. 이는 쉽게 말해 부양할 가족이 많다는 뜻으로 어깨가 무겁다는 뜻이다.

8월 말 기준 이월드의 주식은 이랜드월드와 이랜드테마파크제주, 이랜드파크 등의 대출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이자율은 4.0~6.9% 수준으로 담보유지비율은 150~180%로 책정돼 있다.

이는 이월드의 주가가 떨어져서 담보유지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채권자가 이월드의 지분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이랜드월드는 이월드 주가 하락에 따른 반대매매 위험을 피하고자 이월드의 주식 1만7223주를 추가 담보로 제공한 적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이월드의 사업 뿐 아니라 계열사 사업 상황에 따라 반대매매의 위험이 상존해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면서 “무조건 낙관론을 펼치면 안 되는 이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