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017810)이 1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전환사채란 발행할 땐 채권이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자금조달 수단이다.
앞서 풀무원은 미국 두부공장이나 생면(아시아 누들)공장 등 설비에 거액을 투자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는데, 이번엔 이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을 행사하려고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재무관리를 위한 움직임이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전환사채 발행으로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은 주식 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어서다.
◇ 1000억원 전환사채 발행한 풀무원
풀무원은 지난 5일부터 이틀간 1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이번에 발행한 전환사채는 총 두 번에 걸쳐 발행됐다.
지난 5일 발행한 전환사채 이름은 70회차 후순위 전환사채였는데 400억원 어치가 발행됐다. 전환사채의 만기이자율은 8%였다. 사채 만기일은 2053년 9월 5일로 총 30년이다.
이 채권은 발행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2024년 9월 6일부터 만기 1개월의 전일인 2053년 8월 5일까지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전환가액은 1주당1319원이다.
6일 발행한 전환사채는 71회차 후순위 전환사채로 만기이자율은 9.5%로 책정됐다.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기간은 2026년 9월 6일부터 2053년 8월 5일까지다. 다른 조건은 70회차 전환사채와 같다.
풀무원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 1000억원 중 740억원은 신종자본증권과 신종자본대출의 조기상환권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260억원은 단기차입금 상환에 사용된다.
이번 전환사채는 로하스 사모투자 합자회사(875억원), IBK키움사업재편 사모투자 합자회사(75억원), 키움뉴히어로5호 디지털혁신펀드(50억원)가 인수했다.
◇ 자본시장 “차환관리 제때 나선다 신호 주는 것”
이번에 풀무원이 전환사채 발행에 나선 것은 2020년 가을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그 해 겨울에 신종자본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아 부채관리를 하는 데 용이하다. 하지만 적정한 시점에 차환 작업이 이행되지 않으면 급격히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 자본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을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 ‘양날의 검’으로 보는 이유다.
풀무원이 2020년 신종자본증권으로 조달한 자금은 약 930억원 수준. 풀무원은 이를 미국 공장 설비 확충에 활용했다. 두부공장과 생면공장 설비를 늘려 늘어난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풀무원은 지난 2021년 캘리포니아 미국 풀러튼 공장에 400억원을 투자했고, 미국 캘리포니아 길로이 공장과 미국 메사추세츠 아이어 공장에도 5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증권가는 풀무원이 당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는데 신용평가사의 우려가 컸던 만큼 차환작업에 제 때 나설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이기 위해 전환사채 발행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풀무원은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전환사채 발행 한도액을 기존 15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증액하기도 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2020년 하반기에 풀무원의 부채비율이 단기간에 올라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기엔 부담이 컸다”고 했다.
2020년 하반기 풀무원의 부채비율은 267% 수준이었고 2019년 말과 비교하면 약 47%포인트 부채비율이 늘어난 상황이었다. 이 때 회사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수치가 더 나빠졌을 것이란 뜻이다.
또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당시 풀무원이 신종자본증권으로 자금조달을 하자 자금이 투입될 미국 법인 실적이 부진하단 이유로 우려섞인 시선으로 풀무원을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면서 “이번 전환사채 발행은 이런 시선을 완화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본다”고 했다.
지난 6월 한국신용평가는 풀무원의 신종자본증권을 평가하면서 “수년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해외식품 부분의 만성적인 영업적자가 계열사 전반의 이익창출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풀무원 미국법인인 ‘풀무원USA‘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약 10년간 265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 “전환사채 발행, 주가 측면에선 악재… 해외실적 개선 중요”
증권가에서는 해외법인의 실적이 좋아져야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도 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전환사채 발행 소식을 주가 측면에서는 호재보단 악재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화증권은 풀무원의 전환사채 발행에 대해 주식 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주가 부양 측면에서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한유정 한화증권 연구원은 “전환사채가 모두 행사되면 현재 주식의 20.7%에 달하는 주식이 늘어나는 셈이라 주가엔 부담요인”이라면서 “영업에서 유입되는 현금만으로 막대한 차입금을 상환하기까진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외 법인 이익이 일단 회복돼야 한다”고 했다.
풀무원은 미국 공장이 확충되면 생산량이 늘면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시장은 커졌고 현지 생산량만 수반되면 물류비 등을 아낄 수 있고 시장 수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뜻이다. 풀무원의 해외 매출액은 올해 상반기 2886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