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이마트 용산점. 쇼핑카트를 끌고 이곳저곳 둘러보며 장을 보는 사람들로 붐볐다. 하지만 야채·과일·고기 등을 한참 둘러보고도 정작 쇼핑카트 안에 담는 것을 망설이는 주부들이 눈에 띄었다.
자녀가 등교한 후 장을 보러 왔다는 40대 김모 씨는 “아이가 과일을 먹고 싶다고 했는데 복숭아 등 오히려 우리나라 과일이 더 비싸서 필리핀산 망고를 샀다”며 “사과라도 얼른 가격이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가가 지속 오르면서 사람들은 마트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할인 품목이나 가격 변동이 적은 수입산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정부의 추석 대비 물가 관리에 따른 일부 품목의 가격 인하를 기대하고 “지금 당장 필요한 것만 구매하고 나머지는 구입을 유예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날 만난 50대 김모 씨는 채소코너를 서성이다가 양파 4개가 든 한 망만 카트에 담은 뒤 돌아섰다. 그는 “지금은 장마가 지나가고 난 다음이라 그런지 채소값이 너무 비싸다”며 “밑반찬을 하려고 하는데 애호박 하나에 2000원이라 할인 중인 양파만 샀다”고 말했다.
그는 “할인한다고 해도 가격이 저렴한 건 아닌데, 그래도 할인 안 할 때 사는 것보다는 나으니 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마트에서는 양파가 1망(4개·800g)에 2384원으로 20% 할인 중이었다. 김씨는 “정부에서 할인을 추진하는 품목을 확인한 뒤 다음 주에 다시 마트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주일에 2번 정도 장을 본다는 이순례(73)씨는 “신선식품 물가가 올랐다는 건 온몸으로 와닿게 느낀다”며 “5살 손녀가 갈치 아니면 반찬을 잘 안 먹어서 오늘 갈치 5토막에 2만9000원인 걸 보고도 억지로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작년만 해도 같은 갈치를 평균적으로 2만원대 초중반이면 샀던 것 같다”며 “요즘은 항상 2만원대 중후반대는 줘야 살 수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에서 명절 전에 가격을 내린다던데 얼른 내려가길 바란다”며 “명절만큼이라도 푸짐하게 차려놓고 가족들과 먹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롯데마트. 이곳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60대 주부 이모 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10만원을 생각하고 오면 1~2끼 먹을 고기, 쌈, 과일 하나 정도밖에 못 산다”며 “보통 할인하는 품목들을 위주로 둘러보는 편인데 오늘은 불고기가 할인을 하고 있어서 불고기를 샀다”고 말했다.
국산 농식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차라리 예전이랑 가격이 비슷한 수입산을 사겠다”는 소비자들도 만날 수 있었다. 과일코너에서 만난 전진영(34)씨는 “장마랑 폭염 때문에 과일값이 비싸다더니 흔한 사과마저 너무 비싸다”며 “수입산 과일이 그나마 살 수 있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명절 때 제사가 있어서 사과, 배, 고기 정도는 무조건 사야하는데 마트에 자주 들러 할인하면 그때 살 것”이라며 “할인을 안 하면 과일이나 채소는 쿠팡에서 제일 싼 걸 골라 사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날 홍로사과는 한 봉지(4~7입)에 1만5900원, 복숭아는 한 박스(5~7입)에 2만1900원이었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특히 생선·채소·과일 등 기후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6% 올랐다.
이는 폭염·폭우 등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과일은 특히 이 기간 5.4% 올라 전체 물가를 0.26%포인트 올렸다. 작년 대비 사과는 30.5%, 복숭아는 23.8% 올랐다.
9월 주요 과일들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이날 발행한 과일과채관측 보고서를 통해 ▲사과 ▲배 ▲감귤(하우스) ▲포도 ▲복숭아 등의 가격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들의 근심이 크다보니 정부도 물가 안정책을 서둘러 내놓았다. 정부는 추석 3주 전부터 명절 전날까지 ‘20대 성수품’의 평균 가격을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 이상 저렴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