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마트(139480)가 SSG푸드슈퍼마켓을 신세계(004170)에 넘긴 것을 두고 주주들이 행동에 나설 지 관심을 모은다.
롯데홈쇼핑이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본사 건물과 토지를 매입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2대 주주인 태광산업이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과 관련한 우려가 커지면서다.
앞서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이 당장 양평동 본사 건물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데도 이를 소유한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의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롯데홈쇼핑이 매입 결정을 내렸다면서 롯데홈쇼핑의 이사회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과거엔 부채비율이 높은 계열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같은 그룹 다른 계열사가 자산이나 사업부를 되사주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이젠 주주 권익이 강조되는 시대에 접어들어 이런 거래를 찾기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 “하필 시기가 맞물렸다, 비상장사 주주도 들고 나서는데….”
증권업계는 태광산업의 움직임이 다른 회사 주주 권익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22일 신세계가 이마트로부터 SSG푸드슈퍼마켓을 7년 만에 되사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한 움직임이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많다.
신세계는 SSG푸드마켓 청담점과 도곡점의 토지 및 건물을 이마트로부터 양수했다고 공시했다. 양수가액은 1298억2500만원이다. 양수 목적은 백화점 프리미엄 식품관 사업의 경쟁력 강화다. 이마트는 사업구조 재편에 따른 양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신세계가 이를 통해 어떻게 수익을 만들 것인지, 이마트는 이를 매각한 것이 정말 사업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인지 주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세계도 상장사, 이마트도 상장사인 상황에서 같은 그룹사라 할지라도 주주가 달라 이해관계 훼손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ESG평가기관 관계자는 “비상장사인 롯데홈쇼핑에서 주주 목소리가 나오는 시대라면 상장사인 경우 주주들 사이에선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사업을 주고받는 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사업·자산 양수도에서 사업 효용성이나 재편 등의 표현은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일 뿐, 그 실체가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 “신세계가 이마트 숨통 트여준다” 주장 나오는 이유 세 가지
이마트의 사업 부문을 신세계가 되사는 것을 둘러싸고 이마트의 부채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일단 이마트의 본업이 훼손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2분기 영업손실으로 530억원을 기록했다. 유통업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프라인 할인점 사업에서 이익이 130억원 줄었고 온라인 사업에서도 손실을 봤다. SSG닷컴과 G마켓의 손실은 약 300억원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비교 대상이 아니었던 쿠팡이 어깨를 나란히 견줘 비교되는 상황이라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본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마트가 몇년간 인수합병을 공격적으로 진행하면서 부채 부담이 커졌다는 점도 이유다.
이마트는 2021년 4월 여성 패션 플랫폼 W컨셉코리아를 2700억원에 인수했다. 또 같은 해 11월 이베이코리아(옥션·G마켓) 지분 80.1%를 인수했다. 또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17.5%를 추가확보하면서 4700억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올 1분기 기준 이마트의 차입금은 11조2731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46.2% 수준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세계는 꾸준히 이마트가 운영 중인 사업을 가져가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는 이마트와 이마트 계열사인 신세계I&C가 보유한 신세계라이브쇼핑 지분 47.8%와 28.3%를 각각 1417억원과 837억원에 인수했다. 또 지난 5월에는 신세계가 이마트로부터 신세계센트럴시티 영랑호리조트 사업권을 748억원에 넘겨받았다.
SSG푸드마켓이 원래 신세계 소유였다가 이마트로 옮겨지고 다시 신세계로 돌아왔다는 대목도 의심의 눈초리를 사기 좋은 대목이다. 신세계는 2016년 그룹내 프리미엄 슈퍼 사업을 이마트로 일원화해 사업 역량을 키우겠다는 이유로 SSG푸드마켓을 이마트로 넘겼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마트에 넘어간 이후로 목동점과 해운대점은 결국 폐점했다”면서 “프리미엄 식자재 사업은 신세계에서 하는 편이 더 잘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신세계도 프리미어 식자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다는 사업 의지가 있다”고 했다. 이마트 관계자도 “부채비율이 좀 나아지겠지만 핵심은 부채비율이 아니라 사업재편”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여러 그룹사들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건실한 계열사가 구원투수로 나서주는 경우는 많았다. 롯데그룹 같은 경우엔 비상장사가 많아 더 잦은 편이었다. 롯데상사가 소유했던 골프장 김해CC를 호텔롯데가 매입해줬던 것도 계열사간 도와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던 사례다.
롯데상사는 재무개선을 위해 2019년부터 김해CC를 시장에 내놨지만 마땅한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때 호텔롯데가 나서줬다. 당시 호텔롯데는 김해CC를 위탁운영왔으니 사업 운영 효율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결국은 올 초 김해CC를 메가스터디에 매각했다.
2018년 이랜드그룹이 이랜드월드의 로이드, OST 등의 브랜드를 가진 쥬얼리사업부를 이월드에 넘기기로 한 것도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이월드는 국내에서 놀이공원 등을 운영하는 회사다. 당시에도 이랜드월드가 쥬얼리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사업부를 넘기는 것은 이랜드월드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란 평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