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푹푹 찌던 지난 14일, 서울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거리를 달려 강원 양구에 위치한 춘천 감자빵 생산 공장, 영농조합법인인 씨앤엘(C&L)에서 최동녘(32) 대표를 만났다. 그는 지난해 80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강원 춘천의 카페 ‘감자밭’을 운영하는 ‘밭’의 공동 창업자이자 공동대표를 지냈다.

최 대표는 이미소 대표와 지난 2019년 카페 감자밭을 열고 2020년 감자빵을 개발했다. 올해로 4년 차, 감자빵은 올해 7월 기준 2000만 개가 팔렸다. 춘천에서 팔던 감자빵은 경기 의왕시의 아웃렛 타임빌라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팝업스토어 등으로 진출했다. 베트남 등 감자빵의 수출 논의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최 대표는 연 매출 200억원 규모의 카페 감자밭 운영 법인인 ‘밭’의 대주주로 남고, 지난달 공동대표에서 물러났다. 대신 그는 밭에서 춘천감자빵 생산을 독점해왔던 씨앤엘이라는 영농조합법인에 집중하고 있다. 씨앤엘의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이었다.

최동녘 씨앤엘 대표가 이달 중 개점을 앞둔 강원 양구의 카페 감자밭 2호점 앞에서 환히 미소짓고 있다./양구=이민아 기자

최 대표는 씨앤엘에서 ‘제2의 춘천 감자빵’과 감자밭 카페가 될 만한 공간을 탐사하고 있다. 춘천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감자밭처럼, 다른 지역에도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공간을 만든다는 목표다.

이날 찾은 씨앤엘은 제2공장 확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최 대표는 “현재 생산량은 하루 3만 개인데, 수요와 공급처가 늘어나면서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연말이면 현재 생산량의 두 배인 하루 6만 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한농대를 졸업하고 엘리트 농업인 코스를 밟았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는 그를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했는데, 1991년생인 최 대표는 최연소 선정자다. 지난해에는 농촌융복합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장관상)을, 강원도지사로부터는 지난 2021년 강원도 일자리 대상(최우수상)을 받았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연 대한민국 관광공모전의 기념품 부문(춘천 감자빵)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달 자신의 고향인 강원 양구에 감자빵 생산공장에서 차로 5분여 거리에 있는 1500평 규모의 정원을 꾸민 공간을 열 예정이다. 문을 열기 열흘 남짓 남은 카페는 한적했다. 카페 안쪽에서 창 너머로 드넓은 파로호가 보였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1호점이 있는 춘천과 달리 양구는 서울에서 꽤 멀다. 이곳에 2호점을 열기로 한 이유는.

“양구는 인구 소멸에 대해 논할 때마다 거론되는 지역이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여기서 중학교를 나왔다.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이 사라지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용산역에서 춘천역으로 오는 ITX가 동서고속철화철도로 2027년에 개통 예정이라 서울 사람들에게도 공간을 소개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우리 카페에 1년에 10만 명만 오게 할 수 있다면, ‘양구 온 김에 밥이라도 먹고 가자’ 하며 주변 식당도 가지 않겠나. 그러다 ‘온 김에 자고 가자’ 하면 숙박 산업으로 관광객을 유입시킬 수 있을 테다. 청년들의 일터가 될 수도 있고, 지역 농산물이 특산물로 알려져 판매되면 지역이 활성화될 수 있을 거다.”

─다른 지역으로 사업 확장 계획이 있나.

“현재 강화도에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디저트와 카페 공간을 열 계획을 갖고 있다. 특산물은 지역의 문화를 담고 있는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콘텐츠화 해 제품으로 만들어 내고, 이를 판매할 매장과 정원을 꾸미는 게 핵심이다.

지역마다 특산물 활용한 공간을 만들어 청년을 고용하고, 국내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지역의 경제적 가치가 오르게 하는 것이 목표다.”

─감자와 같은 지역 특산물 수급은 어떻게 하나.

“지역의 농가를 찾아 계약 재배를 해서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 농사짓는 사람들은 ‘농심(農心)’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나는 농사를 배우고 지어본 사람이기 때문에 그 마음도 잘 안다. 그래서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지 싶다.”

생산 중인 감자빵./씨앤엘영농조합법인 제공

─카페를 기획할 때 신경 쓰는 부분은.

“카페는 사업에 있어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하는 매개체다. 요즘 소위 말해 ‘힙한’ 카페가 너무 많다. 감자밭은 20·30세대만 즐길 수 있는 힙한 느낌보다는 부모님과 함께 올 수 있도록 꽃밭을 조성하고, 다양한 연령대가 와도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하려고 노력했다.”

─현재 양구공장의 생산량은.

“하루에 감자를 3톤씩 깎아서 3만 개의 감자빵을 생산하고 있다. 감자빵은 제조 후 냉동으로 6개월에서 1년 동안 보관할 수 있다.

밀가루로 만든 여타 제품들은 냉동 후 다시 조리하면 맛이 떨어진다. 그러나 농산물이 가득 들어간 감자빵은 다시 먹을 때 해동해서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에 조리하는데, 감자와 버터의 풍미가 더 살아나 더 맛있다.”

─해외 진출을 채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국내에서는 감자를 활용한 제품이 디저트로 인식되면서 판매되고 있지만, 감자가 주식인 해외에서는 식사 대용 빵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현재 몽골, 베트남에서 납품 요청이 와서 시장 조사를 위한 물량을 먼저 수출했다.”

─현재까지의 실적이 궁금하다.

“사업을 시작한 지 3년인데, 현재까지 2000만 개가 팔렸다. 지난해 매출은 농업회사법인 밭 주식회사가 200억원, 씨앤엘영농조합법인이 약 100억원 매출을 냈다. 씨앤엘은 신공장 설립으로 더 많은 생산량을 바탕으로 수출을 통한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감자빵 원료로 쓰이기 위해 구워지고 있는 감자./씨앤엘영농조합법인 제공

─감자빵 외에 카페가 가진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정원을 조성한 것이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 감자밭 1호점에 손님을 불러 모으기 위해 꽃밭을 조성하기로 기획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해바라기’를 모티브로 밭을 조성해 꽃다발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것만으로도 일주일에 1만 명의 손님들이 왔었다.

카페 개점에 익숙한 사업자들도 정원이 관리하기가 어려우니 선뜻 조성하는 걸 꺼린다. 하지만 나는 농사꾼이다. 작기를 나눠서 식물을 심어서 꽃 피는 시기까지 관리할 수 있다. 해바라기도 이쪽에서 먼저 피고, 저쪽에서 나중에 피게 관리를 할 수 있다. 2호점도 언제 어떤 꽃을 심어서 정원을 만들지 모든 계획이 있다.”

─후배 농업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농업을 1차 산업으로만 보지 말라는 것. 농산물을 활용해 그 지역을 대표하는 농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브랜드와 이야기를 근본 있게 쌓아가야 한다. 대단위 농장과 겨루는 건 ‘치킨 게임’에 불과하다. 자신의 스토리와 브랜드를 쌓아야 한다.

예전에 뉴질랜드에서 농장 체험을 많이 해봤다. 그 경험과 그때의 맛을 잊지 못해 그 농장에서 체리를 시켜 먹게 되더라.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시켜 먹는 고구마와, 농장주를 알고 그 농장에서 시켜 먹는 고구마는 다르게 다가올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