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004370)삼양식품(003230)의 2분기 실적이 11일 발표되면서 라면 회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크게 뛰었습니다.

이날 농심 주가는 11%, 삼양식품 주가는 8.5% 오른 채로 장을 마쳤습니다. 농심의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기간보다 1162% 오른 537억원, 삼양은 61% 오른 440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일러스트=손민균

14일 나올 오뚜기의 2분기 실적도 좋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오뚜기의 2분기 영업이익은 55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3% 늘었죠.

하지만 막상 라면업계 분위기는 좌불안석입니다. 실적이 좋은 데도 좋다는 말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는 최근 정부가 적극적으로 물가관리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제분업체와 라면·과자업체, 육가공업체, 유업계에 가격인하를 연달아 요청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라면업체들은 가격 인하에 부정적이었지만 거듭된 정부 요청에 라면값은 이미 지난 7월 가격을 인하했습니다. 농심은 7월 1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 출고가를 각각 4.5%, 6.9% 내렸습니다.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주요 라면업체도 가격을 약 4∼5% 가량 인하했습니다.

일부에선 지난해 가격 인상 당시에는 라면 품목 중 26개를 인상해 놓고 이번 인하는 신라면만 포함시켰다는 점, 가격 인하율도 지난해 인상률의 50% 수준이라는 점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라면업계는 나름의 입장이 있었습니다. 국제 밀 가격이 안정됐으니 라면값도 낮춰야 한다는 것이 정부 논리지만 밀 가격은 선물이기 때문에 원가 하락을 체감하기까지는 4~5개월은 걸린다는 것입니다. 또 인건비, 전기·가스비 등이 모두 올라 이익률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2분기 실적이 눈에 띄게 좋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간의 앓는 소리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당장 라면업체는 라면값 인하를 7월부터 했고 이번 실적은 2분기(4~6월)기 때문에 라면값 인하와 실적이 좋은 것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습니다. 3분기에는 라면값 인하에 따른 손실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주가관리(IR) 활동을 하면서도 “불황이 이어지면서 라면 수요가 늘었다”는 표현은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상황입니다. 불황인데도 지난해 가격을 잇따라 올려 이득을 봤다는 비판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라면업계가 몸을 사리고 있지만 억울하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라면업계가 호실적을 거둔 배경에는 해외 매출 신장이 한 축을 차지하고 있어서입니다.

동남아를 비롯해 북미지역까지 한류가 퍼지면서 농심이나 삼양식품, 오뚜기 모두 해외로 라면·소스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열심히 사업하고도 손가락질 받을까봐 몸을 사리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밀 가격 안정세가 계속 이어질 지 확실치도 않기 때문에 하반기 실적까지 두고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하고 이를 위해 비용도 줄이고 시장도 개척하는데 이를 너무 나쁜 시선으로 바라볼까봐 우려스럽다”면서 “해외 매출 극대화 부분에 초점을 맞춰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이나 이윤 주도 인플레이션(Profit-led Inflation)이란 말이 화두로 등장한 요즘, 식품업체의 호실적을 어떤 측면에서 봐야 하는지가 참 고민입니다.

하지만 이 제품들이 해외 시장에 나서기까지 그간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감안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