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엘니뇨에 따른 집중호우(장마)로 밥상 물가가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유업계와 육계업체에도 물가안정 노력에 동참해달라고 부탁하는 등 물가 안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장마철 잦은 비 등으로 배추 시금치 상추 등 일부 채소류 가격이 상승한 1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배추와 채소./연합뉴스 제공

15일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가 공개한 주요 19개 품목 농산물 일일도매가격에 따르면 청상추(4㎏)는 2만6046원으로 전월(1만1311원) 대비 130.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 크기 배추 1포기의 가격은 3000원, 시금치(4㎏)는 2만1020원으로 각각 90.2%, 51.7% 올랐다. 양배추나 무값도 각각 48.5%, 33.3% 상승했다. 대파는 1킬로그램당 26% 올랐고 열무는 9.6%, 청양고추와 풋고추는 각각 10.7%, 5.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19개 농산물 중 가격이 떨어진 품목은 없었다.

도매 가격이 이렇게 오른 것은 최근 장마와 폭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장마 동안엔 습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채소 품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비가 자주 오면 짓물러지는 부위가 많아져서 제품의 질(품위)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장마 때는 습도가 높으면 상추 등 잎채소의 끝이 타거나 쉽게 짓물러지고 출하작업도 부진해지기 때문에 수요·공급이 맞지 않아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기 쉽다”면서 “특히 여름철 채소 중 무와 배추, 상추, 오이, 호박 등의 가격이 불안정해진다”고 했다.

주부들의 근심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이마트나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고객 유치를 위해 초특가 행사를 하고 있지만 제대로 밥상을 차리려면 한 번 장을 보는 데 돈 10만~20만원을 순식간에 써버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의 주부 서지혜(40)씨는 “여름에 오이소박이를 한 번 담그기가 무섭다”면서 “가족들이 좋아해서 종종 만들곤 했는데 이번엔 그냥 김치를 사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외식물가도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작년 같은 달 대비 6월 외식물가 상승률은 6.3%를 기록했다. 전체 물가 상승률(2.7%) 대비 두 배 이상이다. 외식 물가가 전체 물가를 상회하는 추세는 2021년 6월부터 2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6월 서울 냉면 가격은 1만1154원으로 전달(1만923원) 대비 231원 올랐고, 비빔밥(1만346원)·칼국수(8885원)도 전달보다 소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4인 가족이 외식을 하면 고급 음식을 먹지 않아도 5만원은 쉽게 쓸 수 있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지금 같은 가격으로는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 강남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39)는 “상추값이 금값처럼 느껴져서 테이블에 남긴 채소만 보면 손실이 얼만지부터 계산하게 된다”면서 “인건비와 임대료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식자재값이 오르다보니 자꾸 반찬 가짓 수를 줄이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