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003230)그룹 오너 3세 전병우 대표가 이끄는 삼양애니가 공동대표 체제에 들어섰다. 삼양애니를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전 대표가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전문성 보강을 위해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것이다.

삼양애니는 2021년 말 불닭볶음면을 지식재산권(IP)으로 확대해 콘텐츠를 만들어 관련 매출을 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 대표가 주도해 만들어진 회사로 설립 이후 삼양식품그룹의 신사업인 마케팅·이커머스 사업 등을 맡아왔다.

정우종 삼양애니 신임 공동대표. /삼양식품그룹 제공

1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애니는 지난달 말 정우종 신임 대표를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정 대표는 프록터앤드갬블(P&G)과 현대자동차 마케팅 부문에서 근무했고, 2019년에는 디즈니에서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출시와 브랜딩을 담당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에 영입돼 최근까지 최고사업책임자(CBO)를 지냈다.

삼양애니의 정 대표 영입은 삼양식품그룹이 메타버스 콘텐츠 진출 등 신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삼양애니는 지주사 삼양내츄럴스의 지분 100%로 설립된 이후 불닭 브랜드 캐릭터인 호치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아마존 내 삼양브랜드관 운영 등을 맡아왔다.

그러다 지난해 7월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샌드박스의 운영사 더 샌드박스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삼양애니는 파트너십 체결로 삼양식품 브랜드 및 콘텐츠 IP를 활용해 대체불가토큰(NFT) 상품을 기획하고 있고, 샌드박스 내 삼양식품 랜드를 조성하고 있다.

삼양식품도 올해 초부터 메타버스에서 활용하기 위해 맛있는라면, 나가사끼짬뽕, 쇠고기면 등 기존 봉지면 제품의 모양을 10건 이상 상표 출원했다. 불닭볶음면의 로고와 플레이 스파이시(Play Spicy), 스파이스 브레이킹(Spice-breaking) 등 여러 표어도 상표로 등록했다.

라면 의존도가 높은 삼양식품그룹이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것으로,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도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매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언급했다.

그래픽=손민균

삼양식품은 지난해 연결 기준 909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라면 매출이 약 94%인 8553억원을 차지한다. 특히 불닭 브랜드의 매출이 약 6100억원으로 전체의 67%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정 대표는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마케팅 및 브랜드 전문성을 쌓아온 인물”이라며 “사업 본격화를 위해 전문성은 물론 사업을 총괄한 경험이 풍부한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삼양애니는 정 대표 영입으로 추진하는 메타버스 진출은 물론 오프라인 콘텐츠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포스트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콘텐츠의 중요성도 확대되면서 관련 콘텐츠 개발과 소비자 접점 설계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삼양애니가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전병우 대표의 역할도 변화할 전망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애니 초기의 방향성과 신사업을 기획했던 역할에서 더 나아가 그룹 차원에서의 사업 시너지와 신사업 기획 역할로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전 대표는 삼양애니 대표 외에 삼양식품 전략운영본부장도 맡고 있다.

전 대표의 그룹 지배력도 공고하다. 전 대표는 지난해 말 기준 삼양식품그룹의 지주사인 삼양내츄럴스의 지분 24.2%를 갖고 있다. 모친인 김정수 부회장(32.0%)보다는 적지만, 부친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15.9%)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