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출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끈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새로(이하 새로)는 ‘제로슈거(무가당)’를 구호로 내세워 인지도를 높였다.

과당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볍고, 칼로리를 낮춘 제품이기에 다이어트에 도움될 것이라는 이유가 인기의 비결이었다.

그러나 제로 소주는 일반 소주(1병 당 350~400㎉)와 열량 차이가 미미하다. 소주의 열량은 설탕으로 높고 낮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 열량도 내려간다.

새로는 기존 처음처럼보다 알코올 도수를 0.5도 낮춘 16도에, 열량은 326㎉다. 지난 1월 제로슈거로 개편한 ‘진로’의 칼로리는 320㎉다.

그래픽=정서희

◇혈당 지수 낮지 않고, 열당도 안 낮아... 롯데 ‘제로’의 배신

롯데웰푸드(280360)는 아예 지난해 5월 무설탕 브랜드 ‘제로’를 전개했다. 제로 브랜드로 나온 제품은 과자, 아이스크림, 젤리 등 다양하다. 지난해 연말까지 약 300억원의 매출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제로 브랜드를 달고 출시되는 제품에는 설탕 대신 에리스리톨과 말티톨이 첨가됐다. 말티톨은 설탕과 가장 맛이 비슷한 물질로도 꼽힌다.

그러나 설탕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서 롯데웰푸드 제로 제품을 당뇨 환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초콜릿칩 쿠키’와 ‘카카오 케이크’ 2종에 사용된 말티톨은 혈당지수가 36으로 다른 대체 감미료보다 훨씬 높다. 말티톨은 당도가 설탕의 60~70%에 불과하다. 말티톨로 같은 단맛을 내려면 설탕보다 더 많이 넣어야 해, 많은 양을 섭취하게 된다.

다이어트에 있어서도 ‘제로’의 효용은 떨어진다. 제로 카카오 케이크(17봉, 171g)는 770㎉, 제로 초콜릿칩쿠키(12봉, 168g)는 790㎉다. 개당(39g) 171㎉인 오리온 초코파이와 30g에 145㎉인 해태제과의 오예스와 비교해도 열량 차이가 거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제로 칼로리’라는 표현은 식품 100㎖당 열량이 4㎉ 미만일 때 사용할 수 있다. ‘제로 당(糖)’은 식품 100㎖ 혹은 100g당 당이 0.5g 미만일 때 쓸 수 있다. 새로와 진로 등 제로 소주에는 당알코올인 에리스리톨이 사용되므로 ‘제로 당’ 제품에 해당된다. 설탕이 안 들어갔을 뿐, 열량은 발생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 7일 보고서를 내고 “과당 대신 대체 감미료를 사용한 제로 설탕 음료가 ‘살이 덜 찐다’는 인식을 주면서 소비가 증가했다”며 “국내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탄산음료 중 제로설탕 제품 비중은 2021년 22.5%에서 지난해 32%, 올해 3월 기준 41.3%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롯데웰푸드에서 출시한 '제로' 브랜드 제품들./롯데웰푸드

◇14일 아스파탐 WHO 발암 가능 물질 발표 앞두고 더욱 혼란

전문가들은 식품회사들이 이 같은 무분별한 ‘제로’ 마케팅이 제품을 다이어트와 연관지어 소비자를 호도하면서 결과적으로 이번 ‘아스파탐 논란’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장재호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는 “‘제로’로 홍보를 해놓고 성분표를 보면 칼로리가 ‘제로가 아닌 제품’과 비교해 별반 차이 없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호도 당했다고 생각이 들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감미료는 설탕 섭취를 줄여야 하는 당뇨 등 만성 질환자들이 단 맛을 찾게 될 때 부작용을 감수하고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인데, ‘제로’ 문구 사용에 치중하다보니 소비자가 오히려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14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해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분류되는 것을 앞두고 소비자들은 제로 음료나 과자를 섭취해도 되는 지 여부를 놓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 커뮤니케이션)는 “식품회사들이 ‘제로슈거’를 먹으면 다이어트가 된다고 홍보를 했다”며 “설탕을 먹어도 문제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아스파탐 등을 권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발암 가능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