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분업계가 밀가루값을 5% 안팎에서 인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인하를 요구한 라면값이 2010년 이후 13년 만에 내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신라면이 진열돼 있다. /뉴스1

CJ제일제당(097950)은 26일 농심에 공급하는 밀가루값을 다음 달부터 5~10%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판매장려금 인상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로 업계 전반적인 상황에 따른 것은 아니다”고 했다.

CJ제일제당이 농심(004370)에 공급하던 밀가루값을 내리기로 함에 따라 사조동아원과 대한제분도 가격 인하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삼양식품(003230), 오뚜기(007310) 등의 라면값도 줄줄이 인하될 전망이다.

제분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업체 간 기술력은 물론 생산 능력에 차이가 크지 않다”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한 업체에서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하면 다른 업체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대한제분(001130), 사조동아원(008040), 한탑(002680) 등 주요 제분 업체 7개사와 간담회를 열고 올 하반기 밀가루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밀가루 가격의 70%를 차지하는 밀 수입 가격이 내려간 만큼 제품 가격에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밀 수입 가격은 지난해 9월 1톤(t)당 496달러를 기록한 이후 지속 낮아져, 지난달 16.1% 내린 416달러를 기록했다. 밀가루 생산자물가 지수도 지난해 9월 130.1(2015년=100)에서 지난 4월 129.3으로 소폭 내렸다.

그래픽=손민균

밀가루 가격 인하로 치솟던 라면, 과자, 빵 등 가공식품 가격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농심 관계자는 “밀가루값 인하가 결정된다면 가격을 내릴 여지가 생길 것”이라며 “해당 결과를 보고 구체적인 인하 계획 등을 세우겠다”고 했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도 “밀가루는 가공식품의 주재료 중 하나”라면서 “밀가루값이 가공식품 가격에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농심이 밀가루 공급가격 인하에 따라 제품 가격을 내리면 13년 만에 신라면 가격이 인하되는 것이다.

정부는 2010년 물가가 치솟자 라면·빵·과자 등 식품업체에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당시 농심은 신라면 등 주력 제품의 가격을 2.7~7.1% 인하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기업들이야 어려움을 이야기하겠지만, 정부의 협조 요청을 나몰라라 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밀가루값은 밀값이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정부의 논리에 따른 소비자들의 요구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