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의 특수관계인 주주였던 명진포장이 샘표식품의 지분 전부를 매도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 감사보고서에서 명진포장은 샘표지분의 특수관계인 주주 명단에서 아예 빠지게 됐다.

명진포장은 샘표식품 오너 3세인 박진선 대표의 부인인 고계원씨 일가 회사로 알려져있다. 명진포장은 경기도에서 골판지 박스와 상자 등을 제조 판매하는 곳이다.

그래픽=정서희

◇ “수상하다” 평가받던 명진포장, 샘표식품 주주 명단서 제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명진포장은 지난 21일 샘표식품(248170)의 지분 1만5364주(지분율 0.5%)를 모두 매도했다. 명진포장은 샘표(007540)의 수상한 회사로 여러 번 언급됐던 회사다. 샘표에서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가족회사라는 의심을 자주 받아왔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397억원, 영업이익은 22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명진포장은 2006년 샘표식품의 지분을 약 2만주 가량 매수하면서 표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는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의 사모펀드 마르스1호가 샘표를 적대적 인수합병하려고 나서던 때다. 마르스1호는 샘표 대주주가 명진포장과 거래를 통해 자금을 빼돌렸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마르스1호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는 2012년까지 이어졌다. 명진포장은 2011년 샘표식품 지분을 2.15%(9만5360주)까지 늘리기도 했다. 하지만 적대적 인수합병 문제가 사그라진 이후부터는 샘표식품의 주식을 처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3년 지분율을 0.67%(2만9830주)로 줄였다.

샘표식품 주주 명단에서 명진포장이 아예 빠진 것은 최근 휠라홀딩스(081660)LF(093050)의 행보와는 다르다. 창업자 윤윤수 회장의 개인회사 피에몬테는 패션 브랜드 휠라와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휠라홀딩스의 지분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이달 20일 기준으로 피에몬테는 휠라홀딩스의 지분 31.38%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지분율(26.34%)과 비교하면 5%포인트 가량 늘었다.

패션회사 LF(093050) 주식은 구본걸 회장의 장남 구성모(30)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조경회사 고려디앤엘이 꾸준히 사모으고 있다. 작년 말 고려디엔엘은 LF의 주식 6.8%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달 16일 기준 보유 지분율은 9.22%로 늘었다. 구본걸 회장(19.11%)에 이은 LF의 2대 주주다.

◇ LF·휠라홀딩스는 개인회사 지분 늘리는데… 샘표 행보 다른 이유는

하지만 샘표식품은 휠라홀딩스나 LF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증권가에서는 명진식품이 샘표식품의 주주 명단에서 빠진 이유를 세 가지 정도로 꼽고 있다.

먼저, 샘표식품이 지주사가 아닌 사업회사기 때문이다. 샘표식품은 지난 2016년 7월에 인적분할을 했다. 샘표와 샘표식품으로 인적분할하면서 샘표가 지주사를 담당하고 샘표식품은 식품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샘표식품은 간장·된장·고추장 등 전통 장류부터 요리에센스 연두, 프리미엄 서양식 폰타나 등 다양한 음식료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컨설팅사 한 관계자는 “샘표의 지주사인 샘표에선 명진포장이 여전히 0.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서 “사업회사 지분은 팔아도 지배구조에 큰 문제가 없어서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두번째 이유로는 명진포장이 샘표식품의 지분을 매도해도 지주사의 샘표식품 지배력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지주사 샘표는 샘표식품의 주식 49.4%를 보유하고 있고 박진선 대표이사 일가의 전체 지분은 명진포장을 빼고서도 59.7%에 이른다.

마지막으로 명진포장이 샘표와 샘표식품 두 곳의 주식을 모두 가지게 된 것은 인적분할에 따른 일종의 보너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인적분할이 되면 기존 주주는 신설회사와 존속회사 양쪽에 주식을 모두 배정받게 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로서 배당이나 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고 지배구조 문제 때문에 개입했던 것이라면 이젠 관련 문제가 없기 때문에 주주 자리를 빼도 큰 문제가 없는 상황으로 해석된다”면서 “인적분할로 얻은 보너스 개념의 주식이라면 특히 그렇다”고 했다.

한편 샘표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결정이라 주식 매도의 배경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