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1~2위를 나란히 달리고 있는 LG생활건강(051900)아모레퍼시픽(090430)이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20~30대 젊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 서로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는 건데요. 두 회사의 간판 브랜드인 후(LG생활건강)와 설화수(아모레퍼시픽)가 변화의 중심에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LG생활건강 후 로얄 레지나, 그래픽=손민균

‘후’는 궁중 화장품을 콘셉트로 한 고급 화장품 브랜드입니다. 2003년 출시된 이후 큰 사랑을 받으면서 2018년 국내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넘기도 했습니다.

설화수는 한방 화장품의 르네상스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을 찾은 전세계 영부인들의 선물로 낙점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죠.

이 두 브랜드가 변화를 주기로 결심한 것은 매출 부진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 소비자에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3년 이상 판로가 막히고, 그 사이 소비자 분위기도 바뀌었습니다. 한때 ‘성공한 언니들’이 쓰던 화장품 이미지는 ‘넉넉한 엄마’가 쓰는 화장품 이미지로 늙어버렸습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그래서 젊어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전략은 다릅니다. 먼저 움직인 건 아모레퍼시픽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설화, 다시 피어나다’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새로 바꾸고 있습니다. 작년 9월 블랭핑크의 로제를 모델로 기용했습니다.

용기 디자인도 바꿨습니다. 전면의 한자를 없애고 영문을 넣었고 용기는 흰색과 오렌지색의 대비를 살려 젊은 느낌을 강조했습니다. 설화수의 이미지를 중년 여성이 쓰는 화장품에서 20~30대도 쓰는 화장품으로 그 보폭을 넓히겠다는 뜻입니다.

변화가 많다보니 반발도 있습니다. 브랜드가 젊어진다는 뜻은 기존 고객들의 불만족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이미지가 가벼워졌다는 평가입니다. 대대적인 변신과 함께 비용 투자도 많았지만 성과는 아직 미미합니다.

반면 LG생활건강의 후는 젊은 층에게 다가갈 화장품 라인을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바로 이달 초 발표한 ‘로얄 레지나’입니다. 기존 후의 모델이었던 배우 이영애를 그대로 유지하되 로얄 레지나의 인플루언서로는 가수 겸 배우 안소희를 내세우기로 했습니다.

용기도 바꿨습니다. 한자 대신 영문으로 브랜드 이름을 담았고 대표 색깔은 기존 노란색에서 하얀색으로 깔끔한 느낌을 주는 데 집중했습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이 브랜드에 담을 수 있는 연령대를 늘렸다면 우리는 브랜드에 새로운 제품군을 하나 더 추가해 선택지를 넓혔다”고 했습니다.

요약하면 설화수는 대형 브랜드를 하나 만드는 ‘메가 브랜드’ 전략을, 후는 브랜드 여러 개를 이합집산으로 모아 브랜드 대군을 만드는 ‘하우스 오브 하우스(House of house)’ 마케팅 전략을 세운 겁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두 회사가 다른 전략을 잡아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생겼다”면서 관전평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변신 배경에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소비자를 젊은 층까지 확대하려는 측면과 해외시장 중에선 그간의 큰 소비시장이었던 중국 대신 미국을, 그 중에서도 젊은 세대(MZ)를 공략하겠다는 측면입니다. 두 회사 모두 용기에서 한자를 빼고 영문명으로 바꿨다는 점 때문입니다.

서 교수는 “국내 시장보다는 미국 시장의 상황에 따라 두 회사의 승패가 갈릴 수 있다”고 봤습니다. 미국 시장의 MZ세대를 그룹별로 세분화해서 접근하는 편이 승산이 높다고 보면 ‘후’가, MZ세대를 넓게 보고 한번에 접근하는 편이 승산이 높다고 보면 ‘설화수’의 전략이 맞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1~2년 정도 지나면 성과가 확연히 나올 수 있는 만큼 두 회사 중 어느 쪽이 우위를 선점할 지 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MZ세대, 그리고 미국 시장에는 어떤 전략이 더 좋을까요.

1·2위 회사가 펼치는 선의의 경쟁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각자 마음 속으로 승자를 정해보면 재밌는 관전거리일 것 같습니다.